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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분할, 순환출자 고리 늘어난다 [지배구조 분석]'현대重→현대삼호→현대미포→현대로보→현대重' 생성…"내년 10월 전 해소"

강철 기자공개 2016-11-28 08:34:22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5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6개 사업 부문의 분사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현대로보틱스(로봇·자동화)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순환출자 구조는 분할 후에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삼각구조 고리 외에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이 추가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10월 전에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 순환출자 포함…고리 2개로 늘어

현대중공업은 내년 4월 6개 사업부를 분할한다. △현대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시스템)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자동화)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서비스(선박 AS)는 개별 법인으로 분사하며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한다.

새로 생기는 계열사 중 핵심은 현대로보틱스다. 현대로보틱스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가 갖게 되는 자기주식 13.37%를 모두 이전받는다. 현대중공업이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도 확보한다.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거느리며 지배구조 상에서 정점에 선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이 분사를 시발점으로 지주회사 체제 구축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 후계 승계,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 전환은 언젠가는 단행해야 할 과제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할 시 2003년 이후 15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현대중공업(94.92%)→현대삼호중공업(42.34%)→현대미포조선(7.98%)→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은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해 경영 상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분할 직후 순환출자 구조는 더 심해진다. △인적분할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이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를 갖게 되고 △자기주식 이전으로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지분 13.37%를 확보하는 탓에 '현대중공업(94.92%)→현대삼호중공업(42.34%)→현대미포조선(7.98%)→현대로보틱스(13.37%)→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고리가 하나 더 생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이 합병, 분할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순환출자 강화는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며 "다만 기존에 형성돼 있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서는 처리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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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포 보유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 매각 유력…"2017년 10월 전 해소"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집단이 새로운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관련해서 2014년 7월부터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시행 중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합병·분할에 따라 새로 갖게 된 순환출자 주식은 취득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처분 명령, 벌금·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는다. 현대제철은 2015년 7월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순환출자 지분을 기한보다 한달 늦게 정리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도 분할기일로부터 6개월 후인 2017년 10월 1일 전에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야 한다. △현대미포조선이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를 처분하거나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지분 13.37%를 정리하면 된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현대중공업 지분 13.37%는 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분이 인위적으로 이전받는 자기주식인 만큼 곧바로 처분하기도 애매하다. 현대미포조선이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어떻게 해서든 정리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가 정몽준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점은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정 이사장이 이 지분을 매입할 경우 정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10.15%에서 18.13%로 상승한다. 신규 순환출자 해소,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10월 전에 새로 생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현대미포조선이 가지고 있는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보틱스가 분할 후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될 예정인 만큼 매각 대상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11조 3240억 원), 현대로보틱스 분할 비율(15.8%)을 토대로 산정한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의 가치는 약 1430억 원"이라며 "정 이사장이 14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지배력 강화 과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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