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금융지주회사' 카드, 탄력받을까 도태될까 [삼성 지배구조 개편]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계획과 동시 검토될 듯..법 개정 어려워 추진 난망
안경주 기자공개 2016-11-30 09:27:14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9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공식화하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카드를 삼성그룹이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고 지금의 체제 안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공존시키는 카드여서 그간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고려중인 카드로 보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검토 계획을 밝힌 만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맡게 될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카드 역시 '만지작'거릴 것으로 예측된다.다만 아직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도입을 담은 새로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만큼 전략적 차원에서 검토는 하되 결국 폐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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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지배구조 마련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어떤 방안이 나올지 미지수인 상황이지만 삼성그룹이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삼성그룹은 수년간 이어진 계열회사 출자구조 간소화 작업을 하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금융지주회사와 관련해서도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관계자들은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놓았었다.
공식적으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검토 계획이 발표된 만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또 다른 축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 여부도 관심이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축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따로 떼어 내거나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세워 삼성그룹 제조업체와의 지분 관계를 단절시켜야 한다.
이 어려운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가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이고 이번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검토한다고 밝힌 만큼 필연적으로 삼성그룹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카드 역시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간금융지주사 카드를 염두해 놓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면 그 절차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중간금융지주사를 도입해야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처분하지 않고 자회사로 남겨둘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를 보유할 수 없지만 중간금융지주사 제도가 도입되면 이를 허용해 준다.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08%만으로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권에 오른다. '이재용→삼성전자 지주사+삼성물산 합병회사→삼성전자(사업회사)·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중간금융지주사 카드를 꺼내면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 삼성생명을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남겨둘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한 삼성물산은 어떻게든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연말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이 금융사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소극적이거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입법으로 할지, 의원발의로 할지 논의 중에 있다"며 "가급적 올해 안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률 입안을 어렵게 하는 정치지형의 변화다. 지난 총선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고 국회 여러 일정도 탄핵 정국의 주요 의사 일정에 밀려 순연되는 분위기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과 같은 논란이 커질 법안은 아예 상정조차 하기 힘든 형국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삼성그룹이 이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검토 계획을 발표했다는 건 '중간금융지주회사' 카드를 폐기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일정은 대략 1년 반 정도가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약 6개월 후 최적의 지배구조 전환 방안이 마련되면 그로부터 약 1년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일정이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약 1년 반의 시간동안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담은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카드는 자연스럽게 폐기되고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새로운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검토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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