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비에이치, '자사주'에도 미련 없었다 9% 물량 161억에 매각…이경환 회장, 지배력 강화 대신 '미래' 택해
이경주 기자공개 2016-12-14 08:26:59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3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업체 비에이치(BH)가 161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과감히 매각해 눈길을 끌고 있다.자사주를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활용할 예정이다. 설립 이후 투명경영을 관철해왔던 이경환(사진) BH 회장의 철학이 자사주 활용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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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 시 대주주측의 지분으로 바뀌기 때문에 기업 오너들이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돼 왔다. 지주사 자산요건을 상향시킨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최근 AP시스템, 오리온, 매일유업 등 중견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것도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해서란 관측이 많다.
그런데 BH는 정반대로 자사주를 거의 대부분 처분하며 경영권 강화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BH는 창업주 이경환 대표가 지분 23.13%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경영권승계를 위한 세금유출을 고려하면 많다고도 볼 수 없다.
업계는 BH가 잠재 고객사 ‘애플'의 주력 벤더로 선정되기 위해 자사주 매각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플은 안정적인 부품공급을 위해 부품사들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H도 이에 부응해 선제적으로 재무개선에 나섰다는 평가다. BH는 내년 애플 신작 아이폰8(가칭) 시리즈에 와이옥타 방식의 디스플레이용 FPCB를 공급하기로 하고 샘플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BH는 경영권 강화를 포기하고 ‘미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투명경영' 철학이 자사주 활용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는 평가다. BH는 1999년 설립 된지 1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성장과정에서 대주주 지배력 강화나 자산축적을 위한 '편법'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BH는 '이 회장→BH→계열사'의 단순 명료한 지배구조를 설립 이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BH는 성장과정에서 5개의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는데 모두 BH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적잖은 기업 오너들이 개인 회사를 설립하거나 알짜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회장은 장남과 차남이 현재 BH 직원으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회장 자녀들은 BH 계열사 뿐 아니라 BH 지분도 한주도 없다. 승계작업 관련 잡음도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BH는 2011년 한국회계학회로부터 '투명회계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경환 회장은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로 개인보다는 BH의 성장을 항상 최우선으로 두고 경영을 해왔다"며 "자사주 매각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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