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앞둔 벤처특별법, 새해 소원 ‘일원화’ 이룰까 [Market Outlook]산업연구원 연구결과 따라 개편 본격화...중기청·금융위 등 부처간 갈등 '복병'
박제언 기자공개 2017-01-03 08:47:19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21호) 2017 Korea Capital Markets Outlook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9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인 은행과 증권은 산업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목적의 벤처캐피탈은 지원수단으로만 인식될 뿐이다. 또한 VC는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으로 제도가 이원화돼 있다. 2017년 두 번째 일몰을 맞는 벤처특별법의 향방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일몰 시한이 다 되어 간다. 1997년 10월부터 시행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특별법)'의 '유통기한'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법은 당초 10년 한시법으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2007년 법의 효력을 10년 더 연장했다. 2017년말 벤처특별법은 두 번째 일몰 시한이 도래하게 된다.
벤처캐피탈업계는 벤처특별법의 일몰 이후 항방을 수년전부터 논의해왔다. 벤처특별법의 단순한 시한 연장이 아닌 벤처투자와 관련된 '통합개정법' 차원의 논의였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하 창업지원법)에 포함된 벤처투자와 관련된 법 조항을 벤처특별법으로 옮겨 다시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한시법이 아닌 영구법으로 말이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모태펀드의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벤처특별법의 관계에서 해법을 찾기도 한다. 벤처특별법은 모태펀드와 모태펀드에서 출자받는 자펀드의 정의나 근거를 다루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때문에 한국벤처투자의 설립 근거인 벤처특별법이 한시적인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벤처특별법은 2017년 중으로 다시 일몰 시한이 재연장될 전망이다. 일부 문구는 보완·개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소기업청에서 발주한 벤처관련법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벤처특별법 10년 재연장…개편 '본격화'
법조계에서는 2017년 중 벤처투자 관련 '통합개정법'이 제정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 법안을 올리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회 본회의, 대통령 승인 또는 재가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마비되다시피 한 정부와 국회가 정상화 과정을 거쳐야 벤처캐피탈 통합법도 누군가가 언급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벤처특별법은 다시 한시법으로 생명연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중소기업청은 2016년 4월 산업연구원에 벤처 관련법 개편 연구를 의뢰했다. 산업연구원은 여러 법으로 나뉜 벤처 관련 법을 어떤 방향·방식으로 개편해야 효율적인지 연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이르면 2016년말, 늦어도 2017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연구용역 결과는 벤처 관련법 개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산업연구원이 최종보고서를 내놓고 이를 근거로 2017년부터 학계와 연구계, 벤처기업,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 벤처캐피탈협회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주축으로 법제화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산업화 필요성
벤처캐피탈은 벤처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초기·중소벤처기업의 중요한 자금조달 창구다. 그런데도 법적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도구로만 비춰지고 있다. 아직 벤처캐피탈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벤처특별법의 법제정 목적은 벤처기업 육성이다. 벤처투자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수단으로 표현된다. 창업지원법도 대부분의 내용이 창업 지원을 위한 제도나 정책으로 구성됐다.
반면 중견기업 이상의 자금조달 창구가 되고 있는 은행이나 증권은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은행은 은행법으로, 증권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사업이 운영된다. 벤처캐피탈이 법적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수단으로만 인식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벤처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자금 선순환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벤처투자를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체계는 벤처기업에 관한 지원정책 및 제도를 중심으로 규정하는 법령과 벤처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법령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창업투자조합 vs KVF
현재 벤처캐피탈 제도는 이원화돼 있다. 1986년 시행된 창업지원법과 1997년 시행된 벤처특별법 등 2개 법을 기반으로 벤처투자가 진행된다. 투자 업무를 할 때 결성하는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KVF)이 각각 창업지원법과 벤처특별법의 영향을 받는다.
정책목적 규제가 강한 쪽은 KVF다. 모태펀드의 기반인 벤처특별법의 영향을 받는 까닭이다. 실제로 창업투자조합과 달리 KVF는 오로지 중소·벤처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KVF로 투자를 하면 불법이 돼버린다. 반면 창업투자조합은 중견·대기업에 투자는 할 수 있다. 투자로 인정받지 못해 세제혜택을 받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실상을 살펴보면 벤처캐피탈업계는 KVF를 창업투자조합 보다 선호한다. 법적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창업지원법은 벤처특별법과 달리 투자조합에 투자의무비율이라는 규제를 법으로 덧씌웠다. 여기에 업력 7년이내 기업의 신주와 무담보전환사채만 인수할 수 있게끔 했다. KVF는 이 같은 규제가 없다.
벤처캐피탈 A사 대표는 "대부분의 벤처캐피탈이 창업투자조합보다 KVF 설립을 선호한다"며 "벤처조합을 KVF로 법적 일원화한 후 정책적 목적의 KVF는 조합 설립시 자체 규약으로 투자의무 등을 해결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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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법을 관할하는 2개 부처
벤처캐피탈 제도 일원화 문제는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청 내에서도 벤처특별법 개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친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은 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로 구분된다. 이중 창업투자회사와 LLC형 벤처캐피탈은 창업지원법에서 설립근거를 찾을 수 있다. 반면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거해 설립된다. 창업지원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각각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를 주무부처로 두고 있기 때문에 벤처캐피탈들의 관할 부처도 나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유독 이번 정권에서 벤처캐피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의 핵심 중 하나가 벤처로 지목된 이유도 있다. 성장사다리펀드도 이같은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금융위원회 소관 모태펀드였다.
문제는 벤처캐피탈 제도 일원화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탈이 금융업으로 인정된다면 자본시장법에 통합하자는 주장을 금융위원회는 할 가능성이 있다. 벤처캐피탈과 성격이 비슷한 사모투자펀드(PEF)와 관련한 법은 자본시장법에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탈의 주무부처가 중소기업청에서 금융위원회로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포함된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관련 내용과 창업지원법, 벤처특별법 관련 벤처캐피탈 관련 내용을 모두 통합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이는 주무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무부처가 하나로 통합되기 위해선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조율이 필요한데 이같은 작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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