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강한기업]블루버드, 산업용 PDA 외길, 글로벌 점유율 5% 꿈꾼다①태생부터 산업용 타깃 견고함·안정성 강점…제3 전성기 돌입
이윤재 기자공개 2017-06-07 10:13:23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 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2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쳤다고 했다. 청년 창업이라는 단어 조차 없던 시절. 국내 최대 명문으로 꼽히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인 삼성데이타시스템(현 삼성SDS) 연구소에 들어간지 1년 만에 사표를 던졌다. 소위 말하는 '범생이'였던 이장원 블루버드 대표(사진)의 다사다난한 창업스토리는 그렇게 시작됐다.과감하게 시작한 사업은 순탄했다. 사명은 블루버드소프트. 이름 그대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기업들에게 팔았다. 이때 홍보수단으로 만든 기업용 메신저인 블루버드메신저가 대박을 쳤다. 돈은 벌어들이면서도 이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당시 소프트웨어사업은 불법복제가 판을 쳐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데다 글로벌 진출도 쉽지 않다는 점이 걸렸다.
결국 창업 3년 만에 블루버드소프트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전환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큰 데다 10년 20년 30년 후에도 계속 커질 수 있어 영속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버는 돈으로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산업용 제어기기를 만들었지만 시제품 출시 이후 비즈니스가 쉽지 않다는 판단아래 빠르게 손을 털었다"며 "그때 선택한 것이 산업용 PDA 분야였다"고 밝혔다.
산업용 PDA는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시장이 작았고, 기술집약적인 탓에 후발주자들에 대한 진입장벽도 높다고 판단했다. 1999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PDA는 날개 돋친듯이 팔렸다. 2000년에는 매출액이 10억 원을 넘었다. 이 시기 이 대표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던 벤처붐이 다가왔다. 삼성전자와 함께 조인트벤처(JV) 이누카를 만들었을 때다. 이누카를 통해 새로운 기업용 메신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IT버블이 꺼지면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후폭풍은 거셌다. 수십억 원대 손실을 입으면서 150명에 달했던 직원이 38명까지 줄어드는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당장의 손실보다도 소프트웨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탓에 본업인 산업용 PDA 개발이 고착 상태에 빠진 게 문제였다. 많은 출혈을 치르고 얻은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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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블루버드는 다시 산업용 PDA에만 몰두했다. 블루버드가 만드는 단말기는 크게 세 종류다. 재고관리를 돕는 바코드 스캐너, 카드결제 단말기, 산업용 태블릿 등이다. 최근에는 고객사 니즈에 맞춰 카드결제와 산업용 태블릿이 합쳐지는 등 다양한 컨버전스 라인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블루버드가 만든 결제 단말기들은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백화점 3사에 공급됐다. 그간 외국산 기업들 일색이었던 관례를 바꿔버렸다. 쪼그라들었던 매출은 배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5년 88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06년 216억 원으로 불어났다. 구조조정 여파를 씻어내며 영업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매출까지 늘어나면서 외형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2007년 304억 원으로 300억 원대를 돌파했고 2011년에는 924억 원으로 치솟았다. 당시 영업이익은 167억 원, 이익률은 18.07%에 달했다.
부침은 다시 찾아왔다. 해외에만 집중하던 사이 국내 매출이 줄었다. 블루버드 제품을 쓰던 고객들이 외산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3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렸던 국내 부문이 침체되면서 외형이 다시 역성장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대표의 건강까지 악화되며 경영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2013년 사명을 블루버드로 바꾸고 다시 절치부심했다. 이듬해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블루버드를 떠났던 고객사들이 다시 돌아왔다. 외산기기들은 기존 기기를 산업용으로 바꿨던 탓에 태생부터 산업용으로 디자인됐던 블루버드 단말기와는 견고함이나 안정성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경쟁사 대비 단말기의 안정성이 뛰어난데다 바코드·페이먼트 등과 연동이 잘된다"며 "다른 제품을 썼던 고객사들이 이같은 강점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적잖이 있다"고 말했다.
블루버드는 이제 제3의 전성기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산업용 PDA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산업용 PDA 외길만 걸어온 덕분에 기술력 뿐아니라 고객사들의 신뢰도 두텁다. 이 대표는 "현재 글로벌 3위 기업이지만 1~2위하고 격차가 큰 3등"이라며 "2020년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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