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02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 통합론이 벤처투자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각각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 관할인 두 기관을 통폐합해 벤처투자 컨트롤 타워를 출범시킨다는 것이 통합론의 골자다. 중소벤처기업 투자 시장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양대 출자 기관을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명분이다.통합 아이디어는 장관급 부처로의 승격을 눈앞에 둔 중소기업청 쪽에서 나왔다. 새롭게 출범하게 될 통합 법인은 자신들의 산하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소기업청의 생각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만큼 그에 걸맞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한국성장금융 통합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벤처투자 업계의 반응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두 기관이 통합됐을 때 어떤 실익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분위기다. 벤처투자 분야 종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시장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정부 지원금의 성격이 강한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모태펀드는 그래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분야에 대부분의 재원을 할애한다. 반면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하고 있는 성장사다리펀드는 은행권 자금을 기반으로 한다. 아무래도 출자자인 은행권의 자기자본비율 훼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에 부합하는 운용 전략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이 공존하는 동안 벤처투자 시장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구가했다. 기업 생애주기의 앞단을 모태펀드가, 뒷단을 성장사다리펀드가 각각 책임진 덕분에 원활한 투자-회수 구조가 만들어 진 것이다. 벤처캐피탈들은 각자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기관을 선택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펀드를 조성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이 하나로 통합된다고 했을 때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절차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자금을 한데 모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두 기관을 물리적으로 통합했을 때 각각의 기관들이 그간 쌓아온 전문성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벤처투자 시장을 총괄 관리감독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점 자체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방법론이 각자 자신들의 영역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기관들을 통폐합하는 것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의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논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훼손돼도 무방한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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