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06일 09: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신사업 도전에 나섰다. 통신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장을 내고 있다. 가상현실(VR) 기기,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 화이트카드 형태의 클립카드 등 새먹거리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신사업을 맡고 있는 곳은 미래융합사업추진실이다. 임직원들은 신성장동력 사업화에 앞서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다. 손쉬운 앙케이트 조사가 아니다. 직접 발로 뛰며 사업을 발굴한다.
2평 남짓의 고시원을 둘러보며 VR 기기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고시원 거주자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전화, TV, PC다. VR 기기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KT는 VR이 스마트폰, IPTV와 연동되는 것을 넘어 TV를 대체할 기기가 되도록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 VR 콘텐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소비자가 VR을 이용하는데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VR 단말기를 넘어 플랫폼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올 2월에는 AI 스피커와 IPTV 셋톱박스를 결합한 기가지니 판매에 들어갔다. 그동안 출시된 AI 스피커가 음성 위주로 구현됐던 것에 비해 기가지니는 TV와의 연동으로 시청각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 돌파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AI 스피커 사업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도 기가지니에 주가 정보 안내, 계좌 개설, 케이뱅크 연동 등 금융 서비스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달 출시된 클립카드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멤버십카드 등 각종 카드를 하나로 모은 휴대용 전자기기다. KT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용의 제약과 사용의 불편함이 있다는 점에 착안, 고민 끝에 실물 카드 형태의 디바이스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10만 원 가량의 단말기 비용이 들고 사용자의 결제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약점에도 2020년까지 가입자 200만 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는 KT의 이 같은 도전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시장 확대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머리로 의심하는 동안에도 KT의 발은 앞을 향해 가고 있다.
통신업계에는 국내 시장 포화로 새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기업의 존립마저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사활을 걸고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통신비 절감 대책을 두고 통신사와 씨름하고 있다. KT의 무모한 도전을 보며 정부의 통신비 규제 일변도 정책에 아쉬움이 남는다. 통신비 규제 대신 투자 확대로 경제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게 더 나은 방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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