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전자는 왜 '3분할'을 택했나 '렌탈-제조' 경영효율화…계열분리 포석이란 해석도
이서윤 기자공개 2017-07-19 10:35:46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8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쿠전자가 인적, 물적분할로 회사를 세 개로 쪼개기로 했다. 가전 제조와 렌털 사업을 분리해 경영 효율화를 노리고 지주회사까지 분리해 지배권 안정화와 경영 승계 포석까지 깔았다.쿠쿠전자는 지난 13일 인적·물적분할로 가전과 렌털사업을 분리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렌털사업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회사는 '쿠쿠홈시스(가칭)'이며 물적분할로 '쿠쿠전자(가칭)'을 설립한다. 존속회사는 지주사인 '쿠쿠홀딩스(가칭)'로 사명을 변경한다. 쿠쿠전자는 지주회사 홀딩스, 사업회사 쿠쿠홈시스 및 쿠쿠전자로 나뉘는 것이다.
대부분 지주회사 전환은 1개 회사를 지주회사인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쿠쿠전자는 물적분할로 100% 자회사를 하나 더 쪼개는 다소 생소한 형태의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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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회사를 두개로 쪼갠 것을 두고 렌털 업계에서는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렌털 사업은 금융업 성격을 띠고 있고 내수 시장 위주다. 반면 가전 사업은 제조업인 데다 중국과 같이 수출 제품 판매가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렌털과 가전 사업의 방향성은 사뭇 다르다.
가전사업은 물적 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로 분리하고 쿠쿠홀딩스 산하로 배치된다. 가전 매출은 7000억 원대 매출과 5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캐시카우(Cash Cow)다.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15%를 육박하며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사드 이슈가 불거졌지만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 타 지역 수출 호조로 부진을 상쇄할 전망이다.
쿠쿠전자 렌털 사업도 어느정도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그간 쿠쿠전자는 밥솥 판매에서 얻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렌털 계정을 확대했다. 쿠쿠전자의 렌털 계정은 최근 110만개를 넘어섰고 매 분기 1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렌털 업계 관계자는 "렌털 회사는 대개 100만 계정을 넘기면 여기서 나오는 현금흐름만 갖고 먹고 살수 있다고 본다"면서 "쿠쿠전자는 그간 밥솥을 판 돈으로 비용을 충당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이 렌털 사업 자체로 생존이 가능해 분할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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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로 오너십 강화 및 승계 포석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선 지배력 강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쿠쿠전자는 약 16.8%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보유 중이다. 쿠쿠전자 측은 자사주 처리 방법을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미루어 볼 때 지분 최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 데 쓰인다.
인적분할 이후 자사주는 쿠쿠홀딩스의 쿠쿠홈시스 의결권 지분으로 살아난다. 일반적인 지주사 전환 과정을 비추어볼 때 오너 일가는 쿠쿠홈시스 지분을 현물출자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일가가 쿠쿠홈시스 주식을 쿠쿠홀딩스에 넘기면서 쿠쿠홀딩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확보하는 식이다. 궁극적으로 지주사인 쿠쿠홀딩스 지분을 확보해 쿠쿠홈시스와 쿠쿠전자를 거느리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진다.
현재 구본학 대표(33.1%)를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율은 56.8%에 달한다. 분할 후 현물출자를 단행하면 지분율은 더 확대된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분할 비율이 약 0.55대 0.45 수준으로 단순 계산시 구 대표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약 70.7%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분할이 구본학 대표와 동생 구본진 씨 간 계열분리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쿠쿠전자는 3년전 구자신 회장에서 구본학 대표로 2세 승계를 일단락지었으나 구본진 씨는 지분 14.36%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구본학 대표 체제를 굳히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쿠쿠홀딩스와 주요 사업 회사간 현물출자 방식으로 주식을 스왑하는 과정에서 구본진 씨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면서 현금화할 수 있다. 구본진 씨는 2014년 쿠쿠전자 기업공개(IPO) 때 30%에 달하던 지분 일부를 구주 매출한 전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본학 대표가 렌털을 키우고 싶어하는 열정만큼 밥솥 사업에 대한 애정도 상당하다"면서 "이번 거래로 구본진 씨 지분을 완전히 정리해주면서 승계작업을 말끔히 끝내려는 계획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쿠쿠전자는 "가전 사업이 이익을 잘 내고 있어도 렌털의 성장에 가려져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가전은 안정적인 사업이라 물적분할을 택했고 투자가 더 필요한 렌털사업은 오너 지분을 유지하는 인적분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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