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숲의 변화는 나무에서부터tvN드라마 '비밀의 숲' 뒤집어 보기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7-08-17 09:57:32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작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6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여름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는 조승우, 배두나 주연의 <비밀의 숲>이었다. 사실 재벌과 권력이 얽혀있는 살인 사건을 젊은 검사와 여 형사가 풀어나간다는 설정 자체는 독특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색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예측하기 힘든 전개 그리고 주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그 독특한 설정과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설정 중 일부가 금융·투자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조그룹 회장(이경영 분)의 딸(윤세아 분)이 지분을 가진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를 부풀려 부를 세습하는 과정이 그 대표적인 예. 지난 몇 년간 한국 경제에 큰 이슈가 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행태를 그대로 차용하여 현실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또 다른 예는 회장의 아들이 대주주인 저축은행의 주가를 조작하려 공모한다는 내용이다. 부실을 막기 위해 홍콩계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정보를 시장에 흘린 후, 그 소식에 주가가 오르면 바로 지분을 매각하려 하는 것. 이는 금융·투자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겐 전혀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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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전형적인 재벌의 사위(유재명 분)가 검찰 출신으로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라는 설정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검찰 출신 재벌가 사위가 청와대 핵심 참모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현실을 직접 목도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감을 극도로 증폭시켜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외적으로도 금융·투자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비밀의 숲>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드라마가 <옥자>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글로벌 공룡 OTT(Over The Top) 기업 넷플릭스의 중요한 전략적 포석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 190여개국 독점 공급의 대가로, 회당 20만 달러 총 약 36억 원의 제작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센스8>에 출연한 배두나라는 스타의 힘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류 드라마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넷플릭스의 전략을 실행한 첫 사례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그 결과는 국내 시장에서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본방 종료 직후 1시간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게 되자, 국내 드라마의 주소비층인 여성들까지 넷플릭스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본방 상영 후 한참 뒤에야 편당 1,500원이나 내야 볼 수 있는 IPTV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그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미디어 및 방송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중이다. 금융·투자관련 업계가 <비밀의 숲>을 통해 벌어진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물론 드라마 하나에 국한된 상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한 변혁도 항상 작은 변화에서 시작하므로, 그런 변화들을 주목해야만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의 이름이 시목(視木), 즉 나무를 보라는 뜻이라는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밖의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분명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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