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아이플릭스(iflix), 이머징 시장의 넷플릭스
고영경 박사공개 2017-08-09 09:58:24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7일 13: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1억명의 가입자에게 영상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며 방송 콘텐츠 산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넷플릭스. 이 넷플릭스를 벤치마크하며 '아시아 신흥시장의 넷플릭스'를 목표로 2014년 런칭한 말레이지아 기업이 있다. 아이플릭스(iflix)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아이플릭스 창업자 패트릭 그로브와 마크 브릿은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여건과 함께 영화 방송 VOD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은 서울에서 전날 방송된 드라마의 해적판 DVD가 나돌 정도로 무단 복제 불법 다운로드의 천국이었다. 전문가들이 추정한 이 지역 불법 동영상 시장은 자그마치 1년에 대략 60억 달러. 아이플릭스 설립자들은 불법 다운로드나 해적판 DVD 이용자들을 합법적인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로 전환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초기 펀딩 라운드에서 필리핀의 통신회사와 투자회사 등이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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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플릭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5년 5월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필리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6월까지 가입자 수가 10만명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태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고, 가입자 수는 20만명에 이르렀다. 한달 이용료가 2, 3달러에 불과한데다, 무료이용기간을 제공함으로써 잠재고객들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였다.
아이플릭스는 서비스 시작 1년이 채 안된 2016년 3월에 유럽 유료 TV 스카이로부터 4000만달러 투자를 이끌어 내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했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브루나이, 몰디브 등에서 잇달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에는 리버치 글로벌이 9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후 파키스탄과 베트남, 미얀마에서도 공식 런칭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커버하는 통신회사 자인(zain)과 아이플릭스 아라비아라는 합작법인까지 설립했다. 2년 동안 아이플릭스가 유치한 금액은 총 1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현재 23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아프리카 등에도 진출, 서비스 국가가 도합 40여개 국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가입자수는 500만명에 이르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이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하나만 꼽자면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게 가장 부담없는 요금 정책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한 달 이용료가 불법 DVD 몇장 구매비용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가입 전에 충분한 무료시청 기회를 제공한다. 또 현지 사정에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에 주력했다. 아이플릭스의 주요시장인 이머징 마켓의 인터넷은 연결상태가 불안정하고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상당수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시청하고 있다. 아이플릭스는 낮은 비트율로 인터넷 속도가 느린 곳에서도 영상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거기에 적극적 파트너십은 아이플릭스가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단기간에 영향력을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이플릭스는 헐리우드의 스튜디오를 포함 180여개 스튜디오와 각국의 통신회사와 협력관계를 적극 활용했다. VOD 산업은 결국 콘텐츠의 싸움이기에 월트 디즈니와 MGM 등 세계적인 제작사와 콘텐츠 파트너쉽을 맺었다. 통신회사 필리핀의 PLDT 그룹과 스마트(Smart Communication), 말레이시아의 디지(Digi)와 텔레콤 말레이시아(Telekom Malaysia), 텔콤 인도네시아와 (Telkom Indonesia), 인도삿 오레두(Indosat Ooredoo), 그리고 몰디브의 디라아구(Dhiraagu) 등이다. 주요 통신회사와의 파트너십 고객 근성을 높이고, 통신사 가입자들에게 12개월 무료 등의 혜택을 주면서 양측 모두가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을 공유한 셈이다. 특히 신용카드 보유자가 낮은 지역임을 감안할 때, 다양한 결제방식의 도입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넷플릭스와 달리 아이플릭스에서는 각국의 현지 영화나 드라마를 상대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장 많은 가입자를 두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국 영화가 상위 10위에서 4개를 차지하고, 한국 콘텐츠가 4개다. 파키스탄 론칭시에는 현지 콘텐츠 프로모션을 약속하기도 했고, 발리우드 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도 상당한 인기가 있다. 영어권 넷플릭스 이용자보다 상대적으로 자국 혹은 아시아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는 지점을 파고든 것이다.
지금까지 고속성장 가도를 달려온 아이플릭스이지만 앞으로의 길도 순탄할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 아이플릭스를 추격 중이다. 싱가포르의 훅(hooq), 홍콩의 비우(viu), 인도네시아의 젠플릭스(Genflix), 필리핀의 트라이브(Tribe), 미국의 비키(viki)와 프라임타임(PrimeTime) 등 출발 국가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시장을 놓고 혈전 중이다.
그만큼 이 지역 영상 콘텐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반가운 것은 이들 신흥시장 서비스업자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킬러 컨텐츠가 바로 K팝, K드라마 등 한국 영상물이란 사실이다. 사드 문제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여전한데, 이럴 때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이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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