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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 회장 사임, 커지는 '김남호' 존재감 창업주 2세 영향 확대될 듯,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 '지배력' 확고

강철 기자공개 2017-09-22 07:56:32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1일 1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준기 동부그룹 창업주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의 사임으로 장남인 김남호 상무(사진)의 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동부그룹은 21일 김준기 회장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여비서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탓에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회장이 공식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는 건 1969년 그룹 설립 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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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을 대신해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한국투자신탁 사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한국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2008년부터 동부메탈, 동부생명, 동부화재 사외이사를 맡으며 김 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동부그룹 측은 "이근영 신임 회장이 여러 계열사의 사외이사, 고문을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며 "이 회장을 중심으로 김준기 회장 사퇴에 따른 내부 혼란을 수습하는 한편 경영을 쇄신하겠다"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의 공백을 계열사별 자율 경영 체제를 통해 극복할 계획이다. ㈜동부,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대우전자 등 23개 계열사 전문 경영인들에게 이전보다 많은 책임과 권한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주요 업무는 계열사 대표들에게 그룹의 전략과 성장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너가 아니고, 계열사 지분도 없기 때문에 그룹의 확고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는 데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후계자인 김남호 상무가 이 회장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구심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동부금융연구소에서 경영기획 업무에 전념하고 있으나 앞으로 직책을 추가하며 그룹에서의 영향력을 차츰 확대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1975년생으로 올해 43세인 김 상무는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후 팜한농을 거쳐 2015년 동부생명으로 이동했고, 지난해부터 동부금융연구소로 출근하며 금융업 전반을 익히고 있다. 올해 초 동부화재로 소속을 옮겼다.

동부금융연구소는 각 금융 계열사의 핵심 인력들을 모은 조직이다. 그룹 금융 부문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과거 제조업이었던 그룹의 주력 사업군이 금융으로 전환된 만큼 김 상무가 향후 연구소를 포함해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에서 경력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김 상무의 경력과 연배 등을 고려할 때 후계 승계가 빠르게 이뤄진 편은 아니다"라며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그가 경영 보폭을 한층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상무의 계열사 지배력은 상당히 공고한 편이다. 금융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동부화재의 최대주주(9.01%)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캐피탈, 동부자산운용, 동부저축은행 등을 하위 계열사로 거느린다.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동부메탈, 동부라이텍 등 제조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동부의 최대주주(18.59%)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된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여러 계열사 증자에 참여했고, 그 결과 제조·금융 계열사를 아우르는 지배 기반을 마련했다.

동부그룹은 김 상무의 역할이 단기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동부금융연구소 경영기획 파트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짜는 역할을 계속 맡을 거라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사적인 문제가 그룹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하면 안된다고 판단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당장 그룹 경영진 구성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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