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9월 27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절차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 내부 기류가 썩 만족스러워 하지 않은 듯한 모양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IB업계가 혁신기업 발굴과 육성에 소극적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의 보수적 영업 관행을 지속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IB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또 초대형 IB 외부평가위원회 위원들도 "증권사의 투자나 여신 심사 절차와 기준이 은행과 별 다를 바 없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4조 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들의 투자 행태나 발행어음 계정 운용 계획이 초대형 IB라는 정책 취지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평가는 초대형 IB의 정책 목표 프레임을 무리하게 모험자본 공급으로만 몰고 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초대형 IB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여러가지다. 대형 IB 육성을 통한 투자 활성화, 증권사 대형화 유도를 통한 증권업계 재편, 은행 중심의 기업 자금공급 기능 분산, 증권사의 수익구조 다변화와 개선 등이다. 혁신기업 육성이나 모험자본 공급은 여러 경제적 효과나 여러 정책 목표 중 하나일 뿐이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늘리고 발행어음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추가하려는 것은 투자 확대와 다변화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에 있다. 주요 투자 대상을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로 정할지 혁신기업으로 정할지는 다음 문제다. 금융 당국이 강조하는 모험자본 공급과는 지향하는 목표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증권사들도 중견·중소기업 여신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유동성 비율과 금융지주사 차원의 리스크관리 기준 등 각종 규제를 맞추려면 포트폴리오의 확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모험자본 투자를 위해 과도한 손실 리스크를 부담하기도 어렵다.
또 은행과 달리 주식 익스포저(Exposure)가 많아 상대적으로 중견·중소 기업 여신이나 투자 비중이 제한을 받게 된다. 증권사는 주로 대기업을 영업 대상으로 삼아 왔기 때문에 은행권에 비해 여신 심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당국이 초대형 IB 지정과 동시에 모험자본 공급 기능 강화를 기대한다면 당국과 업계간 동상이몽 상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애시당초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려운 목표다. 초대형 IB 등장에 따른 다른 효과들을 염두에 두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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