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금융계열사 '투트랙' 재배치 [지배구조 분석]유진기업, 유진PE 자회사 편입…책임경영 강화, 출자구조 단순화 고려
신윤철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17-10-17 11:33:45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6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KB증권와 현대저축은행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유진기업은 금융당국 승인을 앞두고 유진투자증권 산하에 있던 유진프라이빗에쿼티(이하 유진PE)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대저축은행 인수주체인 유진PE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재배치한 것. 이는 저축은행 책임경영과 인수자금 확보 용이성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유진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유진기업은 지난 2분기 중 유진PE의 소유권을 유진투자증권에게서 넘겨받았다. 유진PE는 1855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현대저축은행 인수금액(2101억 원)의 88%를 담당한 곳이다. 그간 유진투자증권이 유진PE를 비롯해 자산운용·선물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쥐고 있었지만 저축은행 인수 후 유진기업과 직접 연결된 '유진PE-현대저축은행'이라는 또 다른 금융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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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기업이 유진PE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재배치한 이유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동시에 투자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사모펀드(이하 PEF)의 저축은행 인수기준을 강화했다. 책임경영 확보와 규제회피 방지를 위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대주주 심사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심사과정에서 지배구조 단순화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유진그룹의 현대저축은행 인수는 기준 강화 이후 금융위의 첫 번째 심사사례다.
유진그룹이 자회사 재배치 없이 현대저축은행을 품었다면 '유진기업-유진투자증권-유진PE-현대저축은행'로 이어지는 다소 복잡한 4단계 구조를 갖게 된다. 이에 유진기업은 유진PE를 직접 자회사로 만들어 금융위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부심사를 담당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진그룹 현대저축은행 대주주 변경심사에서 새로 강화된 기준들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심사했다"며 "특히 부실저축은행 사태 이후 책임경영의 필요성이 커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책임경영 측면에서도 이 같은 지배구조가 더 효율적인 것으로 보인다. 유진그룹은 컨소시엄을 형성해 현대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했다. 컨소시엄에는 유진기업과 유진PE가 각각 전략적투자자(SI),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인수자금은 유진PE가 마련하고 실질적 경영은 유진기업이 직접 챙기는 구조다.
또 유진PE를 유진기업 자회사로 두는 것이 유진그룹에 득이 된다는 셈법도 숨어 있다. 유진그룹은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함에 따라 유진PE 역할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을 거치기보다 직접 운영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증권사 투자은행(IB)영역과 중복되는 점도 내부정리에 나선 이유다.
현대저축은행 인수에서도 유진PE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유진기업은 지분 12%만 소유함에 따라 자금조달 부담을 줄이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 유진그룹은 작년부터 지속적인 M&A로 자체적으로 사용한 금액만 3000억 원이 넘는다. 유진기업도 차입금이 많은데다 계열사 채무보증도 3072억 원에 달한다. 유진기업이 현대저축은행 인수에 참여한다고 밝힐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재무건정성에 의문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유진PE를 통해 자금 모집을 원활하게 진행했으며 차후 상황에 따라 증자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유진저축은행 상호 변경을 포함한 차후 전략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이제 대주주 승인이 나온 상태에서 그룹 내에 현대저축은행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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