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27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손해보험이 20년 만기 'KB The드림365건강보험'을 내놨을 때만 해도 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쟁사들은 100세 만기를 마케팅 포인트로 장기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50~60년 초장기 보장 상품들 사이에서 만기가 20년에 불과한 이 상품은 파격으로 여겨졌다. KB손보는 이후에도 연(年)만기(10년·15년·20년 만기 등 보장 기간을 설정) 상품을 3개나 더 출시했다.보험 상품의 만기는 보험사 건전성 지표와 맞닿아 있다. 감독회계 제도상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가 클수록 보험사의 핵심 재무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한다. 특히 내년 부채 잔존 만기가 최장 30년까지 연장된다. 이대로라면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미스 매칭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거나 부채 듀레이션을 줄여 격차를 좁혀야만 한다.
하지만 부채 듀레이션을 조정하긴 쉽지 않다. 보험사 부채로 잡히는 보험계약에 손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 라인업을 재조정하고 영업과 마케팅에 새롭게 힘을 쏟아야 한다. 새 상품의 판매 성과를 확신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기존 초장기 보험 가입 고객의 해약을 유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험사들로선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를 늘려 길어진 부채 듀레이션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산에 집중하는 사이 KB손보는 발상을 전환했다. 타사가 엄두내지 못했던 부채 듀레이션 축소 작업에 뛰어든 것이다.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동시에 부채 듀레이션을 줄인다면 서로 매칭하기 더욱 쉬울 것이라는 간단한 명제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KB손보는 일찌감치 80세·100세 만기의 장기보험 판매를 극도로 줄였다. 대신 20년 만기 보험 상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였다. 초기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도 견뎌냈다. 세(歲)만기(80세·100세 등 나이를 만기로 설정)에 쏠린 상품 비중을 연(年)만기 상품으로 상쇄해 과거 50~60년에 달했던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이후 대형사를 중심으로 100세 만기 상품 판매를 줄이고 있다. 최장 만기 20년에 불과한 새 보험상품도 속속 출시되는 상황이다. 중소형 보험사들 역시 연만기 상품의 판매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B손보가 보여준 역발상이 자산·부채 듀레이션 전략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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