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09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의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발행사인 국민은행과 주택금융공사는 같은 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등급에서 한 노치 차이가 나고 있다. 국가 정책 금융 기관인 주택금융공사보다 국민은행 커버드본드의 등급이 더 높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이는 커버드본드에 담보를 제공하는 비율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을 원화시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국민은행은 AAA 등급을 위해 담보를 충분히 제공하지만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조달이 가능한 주택금융공사는 담보 제공을 최소화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이 차이를 인정해 등급에 반영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26일 5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2010년 이후 정례적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서 올해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무디스 기준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신용등급은 국가 신용도와 같은 Aa2(안정적)다. 커버드본드는 이보다 한 노치 높은 Aa1(안정적)으로 평정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커버드본드법)' 제정 이후 지난 2015년과 2016년 한 차례씩 5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무디스는 국민은행의 신용등급을 A1(안정적)으로 평정했는데 커버드본드는 Aaa(안정적)으로 네 노치나 높게 평정했다.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가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의 커버드본드보다 등급이 높은 것은 두 발행사의 조달 전략에서 비롯된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자산으로 제공한다.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원화 시장에서 유동화하거나 커버드본드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정부보다 등급이 낮지만 국내에서는 국민은행 신용등급이 AAA다.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제공한다고 해서 금리 면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이 미미하다. 오히려 일반 은행채가 아닌 커버드본드나 유동화증권을 원화로 발행하면 유동성이 부족해 투자자들이 프리미엄(Premium)을 더 요구할 수 있다.
원화 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 활용이 어려운 국민은행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커버드본드에 담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을 A(안정적)로 평정하고 있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국민은행 커버드본드는 AAA(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주택금융공사는 주택담보대출을 MBS로 유동화해 원화 채권 시장에서 엄청난 자금을 조달한다. 조달처 다변화를 위해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주택금융공사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 주택금융공사는 AAA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외화 커버드본드의 경우 담보를 전체 발행 규모의 103% 수준으로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가 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보다 등급이 한 노치 높지만 투자자들로부터 더 우량한 신용도를 인정받는 곳은 주택금융공사다. 담보를 제공해 신용을 보강하더라도 발행사의 자체 신용도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택금융공사는 커버드본드를 AAA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자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원화 시장에서는 딱히 없기 때문에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때 담보를 최대한 제공해 AAA로 만들어도 부담이 없다"며 "주택금융공사는 MBS라는 조달처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외화 커버드본드 발행에서 담보 제공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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