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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승계 마지막 키 쥔 '이명희 회장' [오너십의 탄생]②'CB 활용' 신세계 지분 대거 확보, 지분 향방 따라 후계 확립

박창현 기자공개 2017-12-11 08:11:00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6일 12: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의 의중에 따라 그룹 후계구도 또한 명확히 확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두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전환사채(CB)를 통해 확보한 지분이 핵심 자산이 됐다는 평가다.

이명희
이 회장은 명실상부한 신세계그룹의 안주인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18.2%씩 보유,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두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개인 2대주주에 올라서 있다. 지분율 격차는 10%p에 육박한다. 여전히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이 회장이 후계구도의 최종 결정권을 지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이 3세들에게 보유 지분을 어떻게, 얼마나 물려주느냐에 따라 오너십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큰 밑그림은 그려졌다. 두 남매는 지난해 5월 지분 맞교환을 통해 계열분리의 초석을 마련해둔 상태다.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갖고 있던 ㈜신세계 지분 7.31%를 모두 정유경 사장에게 넘겼다. 반대로 정유경 사장은 이마트 지분 7.31%를 정용진 부회장에게 팔았다. 상호 지분 정리가 이뤄지면서 '정용진=이마트, 정유경=㈜신세계' 후계구도가 만들어졌다. 결국 이명희 회장도 이 연장선상에서 순차적으로 지분 증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승계 작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1998년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190만 주(15.4%) 가운데 50만 주(4%)를 장남 정용진 부회장에게 물려주면서 후계 승계 신호탄을 쏴올렸다. 실제 이 거래로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 지분율이 1.5%에서 5.6%로 수직 상승했다.

이후 이 회장은 CB 투자와 추가 장내 지분 매입을 통해 견고한 지배력을 유지해 나갔다. 당장 1999년 CB 전환권을 행사해 ㈜신세계 신주 83만 여주를 확보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4.67%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3세 지분 증여로 인해 11%까지 떨어졌던 지분율은 다시 15%대로 회복됐다.

신세계

2007년부터는 직접 사재를 투입해 그룹 지배력을 높여나갔다. 그 해 7월과 8월 두 달동안 총 23 차례에 걸처 장내에서 ㈜신세계 지분 16만 1353주를 취득했다. 주식 매입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997억 원에 달했다. 지분율은 15.32%에서 16.18%로 올라갔다.

이듬해에도 주식 매입 행보가 이어졌다. 2008년 7월부터 11월까지 22번에 나눠 지분을 사들였다. 매입 주식수는 21만 주였고, 취득금액은 937억 원이었다. 이 거래로 지분율이 처음으로 17%를 넘어섰다. 지분율 2%를 올리는데 2000억 원 가량의 개인자금을 쓴 셈이다.

2015년에는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면서 지분율이 높아졌다. 국세청은 그해 5월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명희 회장이 전현직 임원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이마트 차명주식을 찾아냈다. 이에 대한 조치로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 25만 8499주, ㈜신세계 9만 1296주를 실명 전환했다.

차명주식 보유로 인해 이 회장은 700억 원의 추징금을 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의 경고 조치도 받았다. 다만 차명주식이 실명 전환됨에 따라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율은 모두 18.2%까지 올라갔다.

적통 후계자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이 회장 지분만 물려받으면 확고한 오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단숨에 압도적인 최대 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두 남매는 중장기적으로 승계 재원 마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광주신세계'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은 스스로 사채를 투입해 신세계그룹의 지배력을 높여왔다"며 "결국 이명희 회장의 의중에 따라 후계 승계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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