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회계인식 확 달라진다 [VC IFRS9 도입①]기타포괄손익·당기손익 호환 불가…장래성 평가-공정가치 괴리 우려
배지원 기자공개 2017-12-14 08:33:48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이하 IFRS9)' 도입에 따라 일부 벤처캐피탈들은 조합에서 투자한 벤처기업의 공정가치(시가)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할 전망이다.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특성상 벤처기업의 공정가치가 분기마다 재무제표에 반영돼 손실이 현재보다 크게 인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IFRS9의 적용 대상은 상장사와 금융지주나 대기업 계열사 등 외감대상 기업이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창업투자사 120개 중 23개의 회사가 IFRS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상장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TS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그 대상이다. 현재 기업공개(IPO)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들도 상장 후에는 IFRS9 도입해야 한다. 이 밖에 대기업이나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도 IFRS9 도입에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비상장회사의 공정가치를 즉시 재무제표 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과, 평가손익이 즉시 기타포괄손익 또는 당기손익 중 한가지로만 인식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IFRS9부터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평가기준이 달라진다. 이전까지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취득원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사라졌다. 시가가 형성되지 않으니 외부기관에서 평가를 받아 평가손익을 반영해야 한다.
이 평가손익을 자본 또는 손익 중 한 가지로만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변화되는 요소다. 지금까지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는 취득원가로 '매도가능증권' 항목에 기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후 상장을 하는 등 시가가 확인되면 평가손익을 추가로 기타포괄손익(대차대조표 자본 항목)으로 기재했다. 실제로 처분이 이뤄지면 이 기타포괄손익을 한번에 당기손익(손익계산서)으로 인식해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평가손익은 대차대조표상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나 이익잉여금 중 한 가지 항목만 선택해 반영된다.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히던 평가이익을 처분 후에 이익잉여금으로 호환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당기에 발생한 이익잉여금은 손익계산서에 당기순이익으로 반영된다. 이 때문에 평가손익을 기타포괄손익에 반영하면 처분 후에도 자본 구성의 조정만 일어날 뿐 손익계산서 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벤처캐피탈은 회수 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평가손익을 기타포괄손익에 반영할 가능성은 낮다. 반면 평가이익을 이익잉여금으로 반영하면 손익계산서에 투자성과가 즉각 드러나게 된다. 투자한 기업의 공정가치가 떨어지는 즉시 벤처캐피탈의 손실이 드러나는 구조다. 만약 본계정으로 10억 원을 지분투자한 벤처기업의 공정가치가 5억 원 감소하면 손익계산서 상 당기순이익도 5억 원 줄어들게 된다.
공정가치 평가를 외부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점도 변화되는 요소다. 각 기업의 공정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서 신용평가사나 회계법인 등에 의뢰해야 한다. 투자한 금액 대비 공정가치가 낮게 평가되면 회계 상으로도 손실을 크게 인식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정량기준의 재무제표만 분석하는 방식으로 공정가치가 매겨지면 시장에서의 가격과 괴리가 커진다"며 "초기투자에 특화돼있는 벤처캐피탈보다 이들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가치 평가가 벤처캐피탈이 책정한 밸류에이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실적 또한 과소평가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벤처캐피탈의 투자성과와 실적도 왜곡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면서 벤처캐피탈협회는 IFRS9 도입을 3~5년 유예시켜달라는 주장을 당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IFRS는 국제적인 회계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일부 완화하거나 부분도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회계 업계에 원칙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벤처캐피탈이 더 정교하고 논리적인 평가논리를 내세워 공정가치 평가 툴에 반영되는 방식으로 원칙을 수용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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