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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 구조조정 골든타임 또 놓칠 건가 [thebell note]

윤지혜 기자공개 2017-12-15 11:12:54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3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1월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실사 결과가 나오자 시장의 관심은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에 쏠렸다. 이미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7년째 자금을 투입한 터라 이번엔 성동조선을 포기할건지 아니면 다시 한 번 추가지원을 할지 궁금했다. 그러나 수은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성동조선의 운명에 대한 발표는 다름 아닌 정부에게서 나왔다. 사실 입장 발표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정부는 "먼저 외부 컨설팅을 거쳐 성동조선의 산업 경쟁력을 진단하겠다."고 했다. 이 컨설팅은 직접 회사 내부 시스템이나 장단점 등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경영 실사라기 보단 우리나라 조선업 전망이 어떤지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일에 그친다. 회계적인 측면이 안 좋다는 걸 확인했으니 혹시 산업적 측면에서도 그런지 재확인하는 작업인 셈이다.

성동조선 구조조정을 보고 있자면 그 누구도 급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관여해야할 수출입은행은 일련의 과정에서 일언반구도 없다. 부실기업에 대한 회생전략은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처럼 나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크고 채권단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경우 금융당국이 나서왔지만 그렇다고 채권은행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정부는 어떤가. 추가지원이든 신속정리든 정부는 구조조정의 큰 원칙을 확인하면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건전한 감시자 역할만 잘 하면 된다. 그러나 감시자 보다는 주도권 가져가기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앞으로는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성동조선과 관련해 산업적 측면을 먼저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건 금융위와 채권은행이 주도하던 구조조정 전면에 산자부가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거나 마찬가지다.

사실 성동조선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째 이어져 온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 문제에서 성동조선은 유난히 뒤쳐졌다. 비슷한 처지인 SPP조선이 희망퇴직과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흑자 전환했고 STX조선 또한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마쳤다. 반면 성동조선은 초기에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했고 장기간 비용 구조 슬림화가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현 상황까지 왔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3대 원칙은 '엄정 평가, 자구노력, 신속 집행'이다. 처리방향을 못 정하고 정부 눈치만 보는 수은과 이제서야 새 판을 짜겠다는 정부 모두 구조조정 원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청산이든 존속이든 더이상 방관이 아닌 적극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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