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12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이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어요".KST인베스트먼트와 관련된 한 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약 1년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산하 기관들과 함께 창업투자회사인 KST인베스트먼트를 세웠다. 연구소기업 설립과 연구원 벤처창업을 지원한다는 정책적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1년간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자 회사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구성원들을 생각하면 매각이 가장 바람직했으나 결국 청산을 택했다. 만약 회사를 매각했다가 회사가 구설수에라도 휘말린다면 골치 아파질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물론 회사의 존속 여부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이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고작 1년의 시간을 가지고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섣부르다는 느낌이 든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벤처투자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신생 벤처캐피탈들의 지상 과제는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펀드를 만들어 줄 든든한 모기업이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태펀드 등의 출자자(LP)로부터 출자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위해 신생사들은 본계정으로 투자 실적을 쌓는가 하면, 펀드에 출자금을 매칭해줄 민간 LP를 찾느라 설립 초기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
게다가 KST인베스트먼트의 실무자들은 회사 설립 막바지 단계에 합류했다. 핵심인력들이 설립 한참 이전부터 LP들과 접촉하는 다른 신생사들과 비교해도 불리한 조건이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KST인베스트먼트의 좌초는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관계기관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운영 의지가 부족했다. 설립 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자나 책임자들이 바뀌자, 후임자들은 벤처캐피탈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한 신생 창투사 대표는 설립 자본금을 모을 당시, 주주들에게 몇년간 적자가 불가피하고 자본금 회수도 불투명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만약 주주가 단기적인 사업 성과를 기대했다가는 경영진과 불협화음이 날 수 밖에 없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KST인베스트먼트가 그런 사례다. 단기 성과를 좇았던 결과, 결국 빈손으로 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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