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글라스, '통행세' 희생양 된 이유는 [하이트진로 공정위 제재]신사업 매출기여도 15% 불과…내수 80% 포트폴리오 발목 잡혀
노아름 기자공개 2018-01-18 08:00:02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7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가 '주연'이었다면 삼광글라스는 '핵심 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삼광글라스는 잘 짜여진 한 편의 연극 같았던 '하이트진로의 아들 회사 지원'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존재감을 드러냈다.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통행세'를 몰아주기 위한 중간 창구로 삼광글라스를 활용했다. 2008년 이후 약 10년간 거래된 항목은 맥주 공캔, 알루미늄 코일(공캔의 원재료),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의 뚜껑) 등으로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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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직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했다. 기존 '삼광글라스→하이트진로'로 이어지던 공캔 구매구조는 '삼광글라스→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로 바뀌었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4년간 연 평균 4억 6000여개의 공캔(250·355·500ml)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했고, 서영이앤티에는 공캔 1개당 2원의 통행세를 지급했다. 같은 기간 서영이앤티의 매출 외형은 6배 증가했다.
이후 하이트진로의 요청은 노골적으로 변했다. 2013년 하이트진로는 공캔에 대한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고 대신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공캔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알루미늄 코일을 서영이앤티에서 구매하도록 했다. 이른바 '코일 통행세'가 서영이앤티에 지급됐다. 약 1년 간 성사된 해당 거래를 통해 서영이앤티와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급감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삼광글라스와 하이트진로 간 공캔 직거래이기 때문이다.
구조는 다음과 같다. 코일은 공캔의 원재료다. 삼광글라스가 하이트진로에 공캔을 납품하기 위해 그 원재료인 코일을 서영이앤티로부터 구매한다. 결과적으로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의 장부상 매입·매출거래는 없다. 2008년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97.3%에 육박했던 서영이앤티는 '공캔 통행세'를 받던 2012년까지 해당 비율을 유지했다. 이후 코일을 거래하기 시작하며 내부거래 비중은 23.4%로 급감했다.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와 '코일 통행세'를 유사한 금액이 되도록 설계해 서영이앤티의 실적 성장세는 유지하되 장부상 내부거래 비율은 낮추는 효과를 봤다.
2014년 9월에는 항목이 코일에서 글라스락캡으로 변했다. 구조는 동일하게 설계됐다. 약 3년 간 서영이앤티는 글라스락캡을 삼광글라스에 납품해 323억 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글라스락캡 통행세'는 '코일 통행세'와 엇비슷한 액수로 지급됐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삼광글라스는 하이트진로의 요청에 따른 피(被)교사자임과 동시에 서영이앤티에 대한 지원주체였음이 감안돼 12억 1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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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삼광글라스는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이트진로의 내부거래에 동원될 수밖에 없었을까.
삼광글라스가 하이트진로의 '부당 내부거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배경으로는 중간재 산업의 특성이 꼽힌다. △주류 제품의 규격·디자인이 달라 맥주 제조사는 공캔 제조사를 수의 계약(전속 거래)하고 있으며 △기업 간 거래(B2B)에서 병유리·캔 등의 생산·판매는 바이어(buyer)의 발주량에 따른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사가 사실상 '갑을 관계'에 놓여있다는 해석이다.
삼광글라스 자체적인 경영환경 악화가 하이트진로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삼광글라스는 최근 임대업, 차량용 연료소매업, 무역업 등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이들 사업을 아직 본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삼광글라스는 2011년 이후 임대업, 차랑용 연료소매업, 무역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유리병과 캔 등이 국내서 주로 판매되는 까닭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수적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삼광글라스는 비주거용 임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라북도 군산에 에스지개발을 설립했다. 이후 화물자동차터미널업을 포함해 유연탄·석영·우드펠립 또한 수입·납품하는 무역업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신사업의 매출 기여도는 높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해당 사업부문의 매출기여도는 전체의 15% 수준이다. 삼광글라스의 국내 맥주용 공캔의 시장점유율이 줄어 해당 사업부문의 외형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삼광글라스의 양대 축은 캔 사업부와 유리 사업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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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에 치우친 포트폴리오 또한 삼광글라스가 국내 시장의 '큰 손' 하이트진로를 놓칠 수 없었던 배경으로 자리했다. 8:2인 내수와 수출 비중은 삼광글라스가 사업 보폭을 넓히는 데 일부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공캔 사업부에서 하이트진로에 대한 삼광글라스의 거래의존도는 70%로 상당한 수준이다.
삼광글라스는 글라스락 수출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병유리와 캔은 소량이 수출되고 있어 삼광글라스의 수출 주력 품목은 글라스락 등 유리밀폐용기에 한정돼있다.
성장세가 기대되는 중국에는 현지법인을 세웠다. 삼광글라스는 2015년 신규 법인(상해삼광운채파리유한공사)을 설립하며 기존 중개 대리상을 거치던 판매방식에서 중국법인이 직접 유리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북미지역은 신규 바이어를 늘리며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창고형할인점 샘스클럽(Sam's Club)에 글라스락을 입점시켰다. 한때 미국 현지 경쟁업체에 코스트코(Costco) 제품 납품권을 내주며 수출에 타격을 입었지만 지난해 일부 세트상품의 재입점을 성사시켰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병과 캔은 수출 비중이 미미해 내수에 집중하고 있고,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 제품군은 글라스락 등 유리밀폐용기"라며 "지난해 글라스락을 판매해 약 9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했는데 글라스락은 내수와 수출 비중이 각각 절반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글라스락의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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