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22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 신임 대표이사인 남준우 사장의 어조는 강경했다. 지난주 첫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에서 자금회수를 아주 심하게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남 사장은 아직 금융권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의 신임 대표다. 그래서 이날 작정 발언에 진정성이 더 묻어났다.삼성중공업이 지난해 말 1조 5000억 원 유상증자를 발표했을 때 시장 곳곳에선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내 조선 업황은 꽤 오랜 기간 침체돼 있다. 하지만 급한 불은 끈 것으로 여겨져 왔다. 무엇보다 조선 3사의 순차입금 규모가 1년 사이 10조 원 이상 급감했다. 삼성중공업이 1년만에 다시 유증에 나서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사 입장에선 차입 축소가 청신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차입 규모가 줄면 신용도 회복과 이자비용 감소 등 긍정적 효과가 뒤따른다. 증권업계는 물론 신용평가업계도 차입금이 줄어든 상황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잉여 현금으로 갚아 나간 게 아니라 전방위 압박에 따른 결과라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기업은 저마다 자금수지에 따라 유지해야 할 현금 보유액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산업 섹터와 사업 모델에 맞는 현금 버퍼가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2016년에도 유증으로 1조 1000억 원을 조달했었다. 하지만 돈이 들어오자마자 채권단에서 닦달했다면 결국 또다시 증자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회사를 지키려는 남준우 사장의 호소와 함께 업계 한 중역의 진단이 오버랩됐다. 앞서 유증이 발표된 직후 한 증권사 임원은 "그간 삼성중공업측에서 은행권의 압박에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며 "결과적으로 1년 전 유증으로 마련한 현금 버퍼를 채권단쪽에서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라고 평가했었다.
악재성 유상증자의 최대 피해자는 역시 투자자들이다. 삼성중공업을 믿고 기다린 개인 투자자에겐 하루종일 우울한 뉴스였을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임직원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보탬이 되려면 또다시 호주머니를 털어 우리사주에 청약해야 한다.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조달한 자금도 '아주 심하게' 회수할 것인지 채권단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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