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30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은 가열되는 가상화폐 시장을 우려하면서 암호화폐공개(ICO·Inic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시켰다. 발행한 코인에 대해 회사가 리스크를 통제할 수 없고, 투기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ICO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와 대응을 바라보면 크라우드펀딩의 초기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ICO와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공통된 우려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가짜 회사로 자금조달만 하고 사라지거나, 책임감 없이 자금을 유용하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만 2016년 초 일명 '크라우드펀딩법'이 시행되면서 크라우드펀딩은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도 제안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구축됐고,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며 투자한 자금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반면 ICO는 국내에서는 전면 금지된 상태로 관련 기업들은 해외에 나가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현황으로만 약 15곳 이상의 한국 벤처기업이 코인을 상장시켰거나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들은 '재단'이라고 불리는 해외법인을 세워 코인 상장을 준비한다.
ICO는 유망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 육성의 핵심적인 기능으로 강조돼왔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위험성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형식상 해외법인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시장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ICO를 허용하되, 토큰이나 코인을 판매하기 전부터 자금결제법상의 통제에 따른다. 암호화폐 교환업에 사전에 등록을 마쳐야 하고, 판매도 교환업자에 위탁해야 한다.
수요가 많은데 시장을 억누르려고 하면 사각지대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크라우드펀딩이 대책을 마련하면서 제도화된 것처럼 ICO도 최소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크라우드펀딩법은 시행되기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블록체인 기술의 육성과 국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이제 ICO도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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