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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자시계 빨라질까…'초격차' 이어갈 것 [이재용 경영 복귀]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37조 투자 계획 세웠지만 집행 시기 못 정해

이경주 기자공개 2018-02-06 08:02:01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5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2심 판결에서 집예유예를 선고 받으면서 그간 삼성전자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됐던 '선제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서 과감한 선제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가 작년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이 부회장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건재했을 당시 초격차 전략의 일환으로 단행한 선제투자 덕분이었다. 수십조 원이 투입된 평택 반도체 공장과 애플용 OLED 공장이 작년 이익 개선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작년 초 구속수감 된 이후 명확한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 중순 큰 틀의 구상만 내놓았을 뿐 세부일정에 대해선 현재까지 미확정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가 가능해지면서 이같은 투자 시계가 빨라질 전망이다.

◇작년 사상 최대 이익 50조…선행투자 결과물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9조5800억 원, 영업이익 53조650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5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일등 공신은 반도체 사업이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5조2000억 원으로 전년(13조6000억 원) 대비 158.8% 폭증했다. 반도체 부문 이익비중도 같은 기간 46.5%에서 65.6% 급등했다.

이는 2년 전 단행한 선행투자의 결과물이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5월 약 15조 원을 들여 세계 최대 3D낸드플래시 공장인 평택 반도체 라인 착공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수요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낸드플래시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과감히 투자했다. 당시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이끌던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둔화 움직임을 보이던 때다.

실제 수요 둔화여파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2015년 12조7000억 원에서 2016년 13조6000억 원으로 6.3% 늘어나는데 그쳤으며, 경쟁사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조3361억 원에서 3조2767억 원으로 38.6%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

하지만 지난해 AI(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인터넷 데이터센터 기업(IDC)를 중심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수요가 폭증했다. 더불어 스마트폰용 고사양화로 메모리 탑재율이 상승하며 이른바 '없어서 못파는' 슈퍼싸이클이 도래했다.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가동을 지난해 7월 시작했다. 덕분에 급증하는 시장수요를 흡수하며 전례 없는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당시 선제투자는 리스크가 동반되는 선택이었다. 이 부회장과 미전실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이전에는 반도체 선제투자를 이건희 회장이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공급 과잉으로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상반기 4000억~6000억 원 대 대규모 분기적자를 겪었지만 이듬해 오히려 사상 최대 투자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초 총 26조 원을 들여 화성 반도체 16라인 건설에 나섰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기공식에서 "이런 시기에 투자를 더 늘려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012년 이후 매년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최대 실적에 기여한 디스플레이 사업 설비투자에도 관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을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패널 고객사로 유치하면서 2016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설비투자 비용은 13조5000억 원, 재작년은 9조8000억 원 이다. 이 부회장은 애플 전용라인(A3)에 필수적인 증착장비 선점을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업계 1위인 일본 토키(Tokki) 경영진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플 아이폰X용 OLED패널 공급을 시작했다. 그 결과 작년 연간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 5조4000억 원을 달성했다.

◇중장기 투자 윤곽 잡힐 듯…경쟁력 약화 우려 해소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을 당시 계획한 투자는 지난해까지 지속됐다. 이번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가능해지면서 중장기적 투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초 구속 수감되고 미전실까지 해체된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선제투자 윤곽을 잡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큰 틀에서만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7월 평택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2021년까지 총 37조 원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올해 투자 계획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디스플레이 투자는 최근 애플 판매둔화 등 업황 악화로 증설을 무기한 보류시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공장 A5(가칭) 투자를 애플 하반기 신작이 나오고 판매량이 확인될 때까지 보류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며 "섣불리 증설을 했다간 대규모 적자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입장에선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반도체 부문도 아직 올해 투자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투자 시기와 규모, 장소 등 디테일한 부분을 정하는데 과거 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3심에서도 현재 판결을 유지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 같은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리스크가 따르는 초격차 전략에 대해 삼성전자가 보다 자신감을 갖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삼성전자가 과감한 M&A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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