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14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유그룹이 결국 동부대우전자를 품에 안았다. 대유그룹은 인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보수적인 스탠스 탓에 매각 단계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제 인수 가능성 면에서도 가장 먼 후보 중 하나로 점쳐지던 곳이었다. 이란의 엔텍합(웨일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 구성), 중국의 메이디, 터키의 베스텔과 맞붙으며 국내 가전업체 대 해외 가전업체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 인수전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해외 가전업체에 더 쏠렸다.인수 조건도 매각자의 요청 사항을 맞추지 않았다. FI들은 구주100% 인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유그룹은 구주 인수 대신 신주 발행을 제시했다. 동부대우전자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신규 투자를 제안했다. 동부대우전자 자체만 고려했을 때는 가장 필요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지분 매각을 계획했던 FI들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대유그룹은 가장 먼저 제외됐다. 그리곤 후보 보강을 위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터키 가전업체 베스텔까지 합류됐다. 결국 가장 금액을 많이 써낸 이란 엔텍합-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일반적으로 우협까지 선정되면 매각은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여겨진다. 소위 게임이 끝난걸로 보고 떨어진 후보자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매물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유그룹은 달랐다. 우협자리를 뺏기긴했지만 SPA를 체결하기 전까지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안테나를 세우고 엔텍합-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주시했다.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대유그룹은 '구주 전체와 신주 인수' 조건을 은밀히 제안하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결국 FI들은 이례적으로 이전의 우협 선정을 뒤엎고 대유그룹을 새로운 협상대상자로 내세웠다. 그리고 우협 선정 이틀만에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 SPA를 체결하는 성공했다.
포기할 법도 했지만 대유그룹은 완주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번 인수전에서 대유그룹은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전략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증명했다. 누구보다 치밀했던 전략적 접근, 그 어느 경쟁후보보다 치열하고 집요했던 근성. 대유그룹의 품안에 안기게 됐다는 사실이 동부대우전자의 미래를 더욱 밝아보이게 하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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