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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카카오뱅크 존재감 [thebell note]

윤지혜 기자공개 2018-02-23 14:29:36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2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금융권에 일어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카카오뱅크 출범이 일으킨 돌풍일 것이다. 클릭 몇 번으로 뚝딱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함과 저렴한 이자·송금수수료에 가입자가 대거 몰렸다. 직관적인 카카오뱅크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보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중은행 CEO들이 너도나도 모바일앱 재정비에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은 그야말로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그런데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그 열기는 눈에 띄게 사그라진 것 같다. 은행권 인사를 만날 때마다 밥상머리에 올랐던 카카오뱅크 얘기는 온데간데없다. 카카오뱅크가 상품을 내놔도 시장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고 고객들에겐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UI만 남은 듯하다.

카카오뱅크 가입자 추이는 이러한 시장 호응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영업을 개시한지 5일 만에 100만명이 가입했고 한 달이 지난 후 300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증가폭은 속도를 내지 못 해 4개월간 200만명 증가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가입자 수와 수익성을 둘러싸고 주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들린다. 특히 향후 사업 전략에 대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카카오 간 시각차가 크다는 후문이다.

전통적인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투자 기반으로 성장해온 한국금융지주는 가입자 수 500만명을 넘긴 지금 시점에 하루 빨리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IT기업으로서 벤처생태계를 거쳐 온 카카오는 적어도 1000만명을 넘어서면 본격적인 수익모델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요주주 관계자는 "(주주를 구성하는) 기업마다 태생적으로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이사회 내부에서도 성장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결국 카카오뱅크 돌풍이 수개월 만에 잦아든 원인은 불확실한 '넥스트 스텝(Next-step)'에 있는 것 같다. 회사가 보여준 혁신이나 청사진이 불투명한 만큼 시장의 저조한 반응 뿐 아니라 주주간 잡음도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보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평균 흑자전환 소요기간은 5.4년이라고 한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든 미국은 은행수가 30여개였지만 지금은 10개 안팎만 살아남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산분리 규제의 벽, 정부의 가계대출 자제 기조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악재 요인들이 산재해있어 영업환경이 더 녹록치 않다. 초반 레이스에서 승부를 건 '쉽고 편리한 스마트뱅킹'만으로는 승기를 계속 이어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금융업계 메기로 불린 카카오뱅크가 출범당시 보여준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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