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삼성물산 잔여 지분 처리 '3자 매각뿐' 자사주 매입은 불가·재단 매입은 쉽지 않아…백기사·블록딜·JY 움직임 주목
김일문 기자공개 2018-02-28 07:38:37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7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결정으로 보유중인 삼성물산 잔여 지분을 매각할 처지에 놓인 삼성SDI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6개월 안에 5000억 원에 달하는 지분을 해소해야 하는 삼성SDI의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선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이나 공익재단을 활용한 지분 인수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실정법 및 정부 당국의 압박 등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매입하거나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일(26일) 공정위는 예규 제정을 통해 삼성SDI에 삼성물산 지분 2.1%(약 404만 여주)를 오는 8월 말까지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지난 2015년 말 공정위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다며 904만 여주 가운데 500만 주만 매각하라는 판단을 내렸으나 이번엔 잔여지분 모두를 팔라고 종전 결정을 번복했다.
문제는 당장 반년 안에 삼성SDI가 어떤 방식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처리하느냐다. 2% 수준, 약 5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은 삼성SDI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주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오버행 이슈 탓에 삼성물산 주가 하락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삼성물산이 삼성SDI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장사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사야한다는 원칙 탓이다. 상법상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상장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공개된 시장에서 매입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삼성SDI 보유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재단이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발생시 신주 인수를 염두에 두고 삼성SDS 개인 지분 2.05%을 팔아 3800억 원을 마련했으나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가 예상밖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돈을 삼성물산 지분(0.7%, 2000억 원 상당) 인수에 썼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 당시 200만주(1%)가량의 물량을 책임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관련 재원 마련이 어렵다.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이 이번에도 인수자로 나설지도 주목된다. 다만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인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백기사의 출현 여부는 가장 현실성 높은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그 동안 삼성그룹 지배력 방어에 우호지분 역할을 톡톡히 했던 KCC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KCC는 과거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인수와 합병 당시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든든한 우군이었다. 작년 3분기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KCC의현금성 자산은 85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현금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하다.
다만 KCC가 이번에도 삼성그룹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여러차례 백기사 역할을 해온 만큼 또 다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주의 눈치를 봐야하는 KCC가 다시 한번 백기사 노릇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KCC도 삼성물산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기관을 대상으로 한 블록딜 움직임도 예의주시 해야한다. 2015년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매각할 당시 기관투자자들의 흥행속에 0.9%가 소화될 수 있었던 사례를 비춰볼 때 이번에도 삼성물산을 가져가려는 기관의 움직임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직접 지배하고,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리트가 작용한다면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선 KCC와 같은 백기사를 물색하고,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블록딜을 추진한 뒤 소화되지 않는 물량은 오너 일가가 일부 가져가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