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7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의 기억은 강렬하다. 제수씨(현정은 회장)와 아주버니(정몽구 회장)가 그룹 적통성을 놓고 맞붙었다. 상호 비방이 난무했고 정보전은 치열했다. 승부처는 본입찰이었다. 현대그룹이 적어낸 가격이 5조 5000억 원대. 현대차그룹은 고작(?) 4000억 원 차이로 우선협상자 지위를 내줘야 했다.M&A 전문가들은 차순위와의 가격 차이가 5% 정도면 이상적인 결과로 꼽는다. 양사의 경우 7% 차이였으니 상당부분 근접한 셈이다. 뼈아픈 건 현대차 쪽이다. 일류 자문단이 무색할 정도였다. 현대그룹이 자금 조달 이슈로 중도 이탈하며 승패가 바뀌었지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4년 뒤 M&A에서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한전부지를 둘러싸고 삼성과 승부를 벌였다. 입찰가로 감정가의 3~4배 수준인 10조 5500억 원을 써냈다. 어찌보면 '질렀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겠다.
삼성과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서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압박이 작용했을 지 모른다. 고가매입 논란이 일었지만 현대차의 재무여력을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애초 수익성만 따져서 입찰에 참여한 게 아니라는 현대차 측 입장도 있었다. 10조는 그렇게 현대차의 '통큰' M&A 전략을 아우르는 수식어처럼 회자돼 왔다.
최근 중국의 자동차회사가 독일 다임러사 지분 10%를 인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4년 현대차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지리(吉利)차가 지불한 금액이 10조 원이었다. 시가총액도 34조 원대로 현대자동차와 비슷하다. 굳이 따지자면 주가곡선이 우하향이냐 우상향이냐의 차이일 것이다.
M&A를 통해 쉼없이 확장 전략을 펴온 지리자동차다. 볼보, 로터스의 대주주이자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 업체도 인수했다. 독자적으로는 IT업체 등과의 기술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현대차의 경우 정작 주력 분야에서 M&A를 통한 확장을 꺼려 왔다. R&D 관련 독자 노선을 버린 것도 최근 일이다.
한쪽은 10조 원을 들여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최대주주가 됐고, 다른 한쪽은 그 돈을 부동산에 쏟아부었다. 물론 승부를 단언하긴 이르다. 빌딩 투자가 '신의 한수'로, 문어발식 M&A는 '승자의 저주'로 끝날 지 모르는 일이다. 현대차 신사옥 완공 시점인 4년 뒤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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