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검사 대상·시기 왜 축소했나 3개년만 포함, 최흥식 채용비리 시기 누락에 '의구심'
김장환 기자공개 2018-03-13 10:06:10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2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하나은행 사장 재직시절 채용비리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금감원이 역대 최초로 채용비리만을 목적으로 한 은행권 검사를 벌인 가운데 이를 주도한 원장 본인이 같은 의혹에 휩싸였다.특히 하나은행 역시 금감원으로부터 관련 검사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최 원장 사안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조직 차원에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등 각종 잡음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대상과 시기를 둘러싼 의구심도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 전반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를 단행했다. '일자리 정부'를 외쳤던 문재인 정권이 "불평등하게 청년(구직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시작된 사안이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는 이에 따라 고강도로 이뤄졌고, 수개 은행의 검찰 고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우선 은행권으로까지 채용비리 검사가 확대된 빌미를 제공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금감원의 과거 감사원 감사였다. 지난해 3월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그 해 9월 '매머드급' 결과를 발표한다. 직원의 음주운전 적발, 미신고 주식거래 등 문제도 있었지만 채용비리가 핵심에 서 있었다. 전직 원장과 임원 등도 채용비리를 이유로 한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후 공공기관으로까지 감사원 감사 범위를 확대했고, 39곳에서 100여건에 달하는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정부는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강하게 비쳤고, 또 금융감독당국이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기를 요구했다. 민간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은행권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가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 원장이 총대를 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 보도로 최 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이 갑작스럽게 불거졌다. 최 원장이 2013년 하나은행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오랜 친구인 모 건설사 대표이사 아들의 은행 채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최 원장과 금감원 측은 "외부 채용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뿐, 채용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작 금감원은 하나은행을 검사하던 과정에서 이를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최 원장 의혹이 발생한 시점이 채용검사 대상 시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 대상 시기를 2015년~2017년까지 3개년으로 잡았다.
금감원은 당시 검사 시기를 이처럼 잡은 건 조사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대상 범위가 너무 많아지면 자료가 워낙 광범위해 검사 과정이 길어지고, 또 정밀 분석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3개년으로 한정했던 것"이라며 "지나치게 과거까지 검사 시기를 잡게 되면 정확한 자료를 얻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이뤄진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감사는 그 검사 대상 시기가 전혀 달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직접 주도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검사 범위는 2012년~2017년까지 5년이다. 금감원 조사 범위와 크게 차이가 나는데다 "조사 범위가 넓으면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과거 3년으로 시기를 한정했다는 금감원 판단과는 전혀 결이 달랐다.
만약 금감원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검사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대상 시기를 동일하게 잡았다면 최 원장 채용비리 의혹도 이미 그 당시에 수면 위로 드러났을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신속성과 정확성을 이유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검사와 달리 그 범위를 대폭 줄였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최 원장에 대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금감원이 검사 '성과'를 생각하면 검사 범위를 늘리는 게 보다 유리한 면이 많지 않겠느냐"며 "항간에는 특정 은행을 겨냥하고 시작된 검사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있었는데 검사 대상 시기를 오히려 줄였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은 고위 공직자의 비위 의혹 등이 제기됐을 때 이를 직접 조사하는 기능을 한다. 아울러 민정실은 조사 과정에서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두고 금감원의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는지 여부까지 살펴볼 것으로 점쳐진다. 그 결과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검찰 고발 등 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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