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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M&A, 야수성이 필요하다 [thebell desk]

김일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18-04-09 07:50:36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6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ZKW 인수 작업이 감감무소식이다. 이 딜이 시장에 알려진 것은 재작년 말이다. 벌써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지루한 시소게임이 지속될수록 협상 기간은 길어지기 마련이지만 1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LG전자의 ZKW 인수 작업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중인지, 아니면 사실상 무산됐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재계에서 익히 알려진대로 항상 진중하고 보수적인 LG식 경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조단위 메가딜 앞에서 꽤나 망설이는듯 보인다.

LG는 그 동안 유독 M&A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른 국내 대기업인 삼성그룹이나 SK그룹이 공격적인 행보를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삼성은 한화와의 빅딜로 사업구조를 발빠르게 재편하고, 9조짜리 초대형 매물이었던 하만을 집어삼켰다. SK도 하이닉스 인수 이후 반도체 사업 강화에 방점을 찍고,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대기업이라는 틀에 가둬두고 이들과 LG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매사에 신중한 선택을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감당할 수 없는 M&A로 인해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던 일부 기업들의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러한 LG의 경영 방식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수 조 원이 투입되는 중대한 M&A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LG가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M&A의 기회마저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필요한 것은 사고, 불필요한 것은 파는 M&A 역시 중요한 경영 활동 가운데 하나다. 물론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사업을 인수하거나 자식같던 식구를 팔아버리는 결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M&A에 나서는 기업들은 모두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체질개선에 도움을 주고, 때로는 막강한 시너지를 통해 건전한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LG가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쩌면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은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 공격보다는 방어에 힘쓰다 보니 M&A는 영 어색하고 맞지 않는 옷이라 여겼을 법하다.

눈 감으면 코 베이는 살벌한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기술과 카리스마가 없다면 M&A를 성사시킬 수 없다는 점을 LG는 분명히 알아야한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강력한 거래 성사의 의지로부터 나온다. 언제까지 돌다리의 돌만 두드리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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