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09일 1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아제강이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세아홀딩스-이태성 부사장, 세아제강-이주성 부사장'의 오너 3세 경영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현재 두 사람은 각각 특수강과 강관 사업을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세아제강의 지주사 전환을 기점으로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아제강은 9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세아제강지주와 제조사업을 영위하는 세아제강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외 계열사 관리 강화 △경영 투명성 및 책임경영 제고 △글로벌 전략 기능 고도화 등이 지주사 전환의 배경이다. 세아제강은 오는 7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 지주사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세아그룹은 이순형 회장을 중심으로 크게 세아홀딩스 계열(세아베스틸·세아특수강·세아메탈·세아엔지니어링·세아에프에스·세아에삽 등)과 세아제강 계열(세아제강과 해외법인)로 구분된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왼쪽),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사진=세아그룹)

세아홀딩스 계열은 이태성 부사장이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세아홀딩스는 대표이사가 기존 이순형·서영범에서 이태성·천정철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 부사장은 이순형 회장의 형인 고(故)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이 부사장은 세아홀딩스 지분 35.12%를 보유하고 있다.

세아제강 계열은 이순형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부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지분율 11.48%)은 세아제강의 최대주주다. 부친보다 0.14%포인트(8341주) 많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주사 전환으로 사촌 간 경영 분리가 명확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태성 부사장과 이주성 부사장이 사실상 독자적인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계열분리 가능성은 장기간 제기됐다"며 "각자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것은 지배구조상 분리가 명확해졌다는 점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아그룹 경우 3세 간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승계에 따른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덩치가 커진 강관사업 부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지주사 전환이 계열분리 수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아제강지주는 세아홀딩스에 이어 그룹 내 두번째 지주사다. 앞서 세아그룹은 2001년 세아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세아메탈, 세아정보시스템 등 총 14개 계열사가 세아홀딩스 지배구조 산하에 편입됐다. 이번에 지주사로 전환하는 세아제강은 세아홀딩스와 지분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강관사업을 영위해온 기타 특수관계사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2001년 세아홀딩스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세아제강은 그룹 내에서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두 회사 간 지분 관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세아제강이 지주사 체제 구축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는 미국발 통상압박이 꼽힌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쿼터제(수입할당)를 도입키로 했다. 이로써 올해 유정용강관의 대미 수출량은 104만톤으로 제한됐다. 2017년 수출량(203만톤)과 비교해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다.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세아제강은 지주사 설립을 통해 해외 계열사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적극 늘릴 방침이다.

신설되는 세아제강지주는 늘어난 국내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아제강의 종속기업은 PPA, SPS 등 두곳이 전부였다. 이후 SPP강관, 동국R&S 포항공장 등을 인수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종속기업은 14개까지 늘어났다. 인도네시아·미국 휴스턴 생산설비, 이탈리아 이녹스텍(Inox Tech) 등을 사들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세아제강지주는 해외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세아제강이 거느리는 자회사 수가 많아지면서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미국발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등 영업환경이 불확실해진 것도 신속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높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