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운용에서 인출로', 변화하는 은퇴 자산관리 [WM라운지]
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공개 2018-05-17 08:36:2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5일 09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9년 '스테판 폴란'이라는 미국 재무설계사가 저술한 '다 쓰고 죽어라'라는 책의 표지에는 '얼마를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의 책은 출간 이후 수 년간 미국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도 5060세대 YOLO족들 사이에서 '다 쓰고 죽자'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낌 없이 쓰고 죽자는 의미의 '쓰죽회'가 지역별로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후손에게 재산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가치의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신세대 시니어다운 발상이라 할 만 하다.
은퇴생활의 관점이 남기고 죽는 것에서 다 쓰고 죽는 것으로 바뀌는 가운데 은퇴 자산관리의 관점 또한 '어떻게 모으고 불릴 것인가'에서 '어떻게 인출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최근 은퇴설계를 요청한 50대 예비은퇴자들은 대부분 그들의 선배들처럼 '원금보존' 보다는 충분한 '노후생활비 창출'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은퇴 자산관리의 초점이 '적립·운용'보다는 '인출'로 이동하는 만큼 자산관리의 포인트 또한 이에 맞게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기간에 대한 관점, 주요 리스크, 인출방식 등을 들 수 있다.
첫번째로 '적립·운용'에 있어서 기간은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로서 길면 길수록 유리한 반면, '인출'에 있어서 기간은 길면 길수록 불리해진다. 문제는 저성장 고령화로 인해 전자는 실질적으로 점점 짧아지는 반면 후자는 점점 길어진다는 데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80세를 약간 넘어선 정도이지만 현대의학의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사고사를 제외한 일반수명은 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1년 고려대학교 박유성 교수팀은 연령대별 100세 도달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현재 55세(1964년생) 남녀의 100세 생존 가능성이 46~48%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번째로 주요 리스크의 경우 '적립·운용'하는 단계에서는 투자에 따른 단기손실 가능성을 들 수 있는 반면 이미 모아진 자산을 장기간 '인출'하는 단계에서는 물가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인출' 단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익률 제고가 자산관리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인출'이 서서히 장기간 일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적립·운용'단계에서 중요한 투자의 단기손실 리스크 또한 동시에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기투자'와 '자산배분'의 지속적인 실행이 중요하다.
세번째로 '적립'의 단계에서 어떤 주기로 얼마나 적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듯 '인출' 단계에서는 어떤 주기로 얼마만큼의 자산을 반대로 인출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후 자산소진 방지와 생활 보장을 동시에 충족하는 최적 인출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1990년대 들어 고령화에 따른 은퇴준비가 사회이슈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의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젠이 주장한 '4% 룰'이다. 밴젠은 은퇴 첫해엔 노후자산의 4%를 인출해 쓰고 이듬해부터는 물가상승에 따라 증액하는 방법으로 하면 노후자산을 30년 이상 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미국 주식과 국채에 절반씩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4% 인출 시 노후자산 생존기간을 따져봤다. 그랬더니 최악의 경우가 33년이었고, 그 외 대부분이 50년을 넘겼다. 반면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경우 생존 기간이 30년 이내로 단축됐다. 이를 근거로 벤젠은 은퇴 자산관리에 있어서 주식형 자산에 대한 배분이 필수적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인출기준을 전년도 자산으로 하여 파산위험을 최대한 낮춘 수정 4% 방식, 물가 외에 투자수익률에 따라 인출량을 조정하는 플로어 앤 실링(Floor & Ceiling)방식, 초기자산의 5.2%를 인출하되 상·하한을 설정하여 관리하는 디시전 룰스(Decision Rules)방식 등이 있다. 물론 각자 상황이 다른 만큼 자신에게 맞는 인출률과 방법들 또한 제각각이겠지만 가이드라인으로서 위의 방식들은 그 활용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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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
KB국민은행 IPS본부 투자솔루션부
투자자산운용사, 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FP협회 저널 편집위원
저서 : 4차산업혁명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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