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11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리츠코크렙이 국내 공모 리츠 가운데 처음으로 기관 수요예측을 완료했다. 부동산투자회사법을 적용받아 수요예측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시장평가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대규모 공모 리츠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도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국내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는 그간 사모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 도입된지 18년이 넘었지만 상장된 공모리츠는 4개에 불과했다. 4개를 합친 시가총액이 간신히 1000억원을 넘기는 수준이다. 싱가포르가 비슷한 시기 리츠를 도입해 시장을 60조원대로 키운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모리츠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수요예측과 같은 시장평가 제도를 외면한 책임이 크다. 공모리츠는 그동안 주당순자산가격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 수요예측 과정이 없다보니 할인율을 거의 적용하지 않고 단일 공모가로 청약에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공모 사이즈가 워낙 적어 몇몇의 기관만 확보하면 상장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시장평가를 외면한 결과는 뻔했다.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하락했고 거래량이 부족해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되기 일쑤였다. 약속한 목표수익률도 달성하지 못해 시장에서 빠르게 소외됐다. 사실상 무늬만 공모였던 셈이다.
공모리츠를 활성화하려면 수요예측 도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활성화 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단순히 투자자에게 세제혜택을 주거나 발행사의 공모 진입요건을 낮춘다고 해서 시장 신뢰가 형성되긴 어렵다.
수요예측을 통해 몸값을 낮추고 보유자산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진행되어야 시장의 관심을 불러올 수 있다. 이리츠코크렙의 경우 20%대 할인율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상장 후 주가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당기산일까지 고려해서 납입일을 정했다.
공모리츠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대규모 앵커리츠가 동참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신한금융그룹의 판교알파돔시티위탁관리리츠(알파돔리츠)는 올해 하반기 공모를 계획하고 있지만 수요예측 도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내 알짜 부지를 편입했다는 자신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모리츠라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츠는 일반 국민의 건전한 부동산 투자 확대를 위해 도입됐다. 다수의 투자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리츠는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리츠코크렙을 시작으로 앵커리츠의 수요예측이 관행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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