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멈춰 선 유통자회사 통합경쟁력 약화·매출 감소 등 영향, 직원 반발 해소 등 과제 남아
안경주 기자공개 2018-06-20 17:19:11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4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 유통사업 구조 개편을 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행보가 2년째 멈췄다. 2016년 7월 경제사업 활성화와 소매유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통자회사 통합을 추진했으나 같은 해 12월 중단 결정을 내린 이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통자회사 통합 등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여는데 기여하겠다는 김 회장의 계획이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7월 농협경제지주 자회사 농협하나로유통이 다른 유통자회사 4곳(농협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을 거느리는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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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업구조 개편은 농협하나로유통이 주식교환(현물출자)으로 농협경제지주의 유통자회사 지분을 전량 취득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해 농산물이 적절한 가격에 팔릴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라며 "농협의 유통자회사 통합을 서두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통자회사들이 20년 여 간 별도의 회사로 운영되면서 발생한 업무 중복, 산발적 판매 정책 등 문제를 해결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판단이다. 또 대규모 투자 계획도 세웠다. 대형판매장 신설, 생활물자물류센터, 인터넷쇼핑몰 등 소매유통사업에 오는 2020년까지 6676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유통자회사 통합 계획을 발표한 당시만 하더라도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농협하나로유통과 나머지 유통자회사들과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쟁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유통자회사 통합은 농협경제지주 완전 분리를 앞두고 농협중앙회가 제시한 주요 추진계획 중 하나"라며 "농협하나로유통을 중심으로 유통자회사 합병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이 밝힌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작업인 셈이다.
주식교환 발표가 있은 지 2년여가 지난 지금, 유통자회사 통합 작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가 주식교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농협하나로유통을 포함해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의 지배구조는 그대로다. 지난해 통합방안을 재수립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소매유통 경쟁력 제고 의지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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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작업이 멈춘 사이 유통자회사의 경쟁력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경쟁업체는 나홀로족, 고령화 등 환경변화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농협의 유통자회사들은 그렇지 못한 탓에 경쟁업체와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그 결과, 적자 점포 수가 늘어나는 등 유통자회사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의 유통자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소매유통점) 62곳 가운데 29곳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규 점포개설로 인한 효과를 본 농협대전유통을 제외한 나머지 유통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줄어드는 추세다.
농민들의 농산물 판로 확보라는 유통자회사의 설립 목표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농협유통이 대표적이다. 농협유통의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 매입액(상품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 계열사 매입액 비중이 줄고 있다는 점은 농협 외 다른 곳에서 상품을 점차 더 많이 구입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현재 사업구조 개편으로는 근본 목적인 경제사업 활성화, 특히 판매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통자회사 통합을 당장 추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농협경제지주가 재무회계, 발주, 이익관리 등 사실상 본사의 기능을 자회사 중 하나인 농협하나로유통에 집중시키는 운영통합을 추진하면서 나머지 4개 유통자회사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통계열사들이 모두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돼 운영됐던 만큼 고용승계 문제, 임금 및 승진체게 통합 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조직을 통합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농협유통 노조 관계자는 "유통자회사 통합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통합 시기를 명시하고 그때까지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율할 부분이 있어 늦어졌던 것으로 현재 운용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유통자회사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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