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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출범 3년' 하나로유통, 알짜 계열사 부상경제지주 곳간 역할 '톡톡', 공동구매로 마진 남겨…농촌상품 비중 10% 불과

안경주 기자공개 2018-06-08 10:15:22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5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국 하나로마트에 상품을 공급하는 농협하나로유통이 출범 3년만에 농협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 금융사업을 제외한 농협중앙회 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또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해 모회사인 농협경제지주의 곳간 역할도 톡톡이 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하나로유통의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농협 사업구조재편의 목적인 농가소득 증대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15년 3월 농협중앙회의 마트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같은 해 5월 농협경제지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농협개혁의 일환으로 2012년 3월 농협중앙회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것이다.

주력 사업은 전국 하나로마트 등에 상품을 공급하는 일이다. 즉, 농산물 판매·유통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농협은 전국 각지에 253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 마트인 하나로클럽이 32개, 하나로마트는 2420개에 달한다. 각 지역 공판장도 78개에 이른다. 서울 신촌·인천·세종·광주 등 25개 지역에서 직영판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상품매출이 전체 매출의 94%를 차지한다. 나머지 6%가 수탁사업수수료 등이다.

농협하나로유통 실적 추이

농협하나로유통 매출은 2015년 2조5353억원에서 2016년 3조1448억원으로 늘었고, 2017년 2조93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농협경제지주 산하 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다.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남해화학과 농협사료의 매출액이 지난해 각각 1조1224억원과 1조1595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은 2015년 463억원에서 지난해 504억원으로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312억원에서 353억원으로 늘었다.

배당금 규모도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다. 2015년 출범 이후 매년 수백억원 규모로 배당을 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현금창고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 3년간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사용했다. 농협하나로유통의 지난 3년간 총당기순이익은 1047억원이다. 반면 2017회계년도 결산배당금을 포함한 총배당금은 830억원 가량된다. 배당성향만 79.2%에 달한다.

이는 농협경제지주 계열사의 배당금 규모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 적자로 인해 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기반은 내부거래에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생필품과 공산품, 농산물을 일괄 구매해 전국 하나로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다. 또 각 지역의 농협 판매장이 개별적으로 맡아왔던 식자재용 상품 구매도 농협하나로유통이 전담하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이 과정에서 약간의 마진만 남겨도 이익을 손쉽게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예컨대 농협하나로유통의 지난해 상품매출액은 2조7674억원, 상품매입액은 2조5177억원으로 2500억원 가량의 마진 차이가 생겼다.

실제로 소규모로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농협 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협충북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대전유통 등 농협경제지주 유통계열사들도 상품구입을 농협하나로유통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는 비영리법인인 농협중앙회에서 맡아왔던 업무다. 농협중앙회가 공동구매를 통해 양질의 생필품을 저가에 공급해 농촌지역의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업무가 영리법인인 농협하나로유통에 넘겨진 것이다.

농협하나로유통 배당 추이

다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2014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하나로유통이 농협중앙회의 공익성과 관련된 법적 권리·의무 등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했다"며 "영리법인인 농협하나로유통이 구매사업을 영위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안팎에선 농협하나로유통이 공동 구매를 통해 취급하는 상품이 대기업 제품 중심이라는 점에서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농가소득 증대라는 농협 사업구조개편 목적과 다른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의 경우 농협 목우촌의 삼계탕, 햄, 소시지 그리고 부산경남우유의 우유와 요쿠르트 취급 비중이 각각 10%와 18%에 그쳤다. 반면 진주햄 소시지, 푸르밀 요쿠르트, 남양유업 우유, 롯데푸드 치즈, 매일유업 치즈 등의 취급비중은 72%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촌지역에 싼 가격으로 생필품을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촌 상품 판매도 중요하다"며 "대기업들이 싼 값에 공급한다고 해도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이나 가공식품을 판매하는데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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