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부진' 현대엔지, '주택사업' 버팀목 될까 [금융위기 10년, 기로에 선 건설사]②플랜트 매출 비중 50% 아래로, 계열물량 그나마 '위안'
이승우 기자공개 2018-09-19 15:36:38
[편집자주]
201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지난 2008년 건설업계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미분양 가구 수가 10만을 넘어서며 건설사별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고, 결국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졌다. 최근 들어 다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가구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건설사들은 10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더벨은 지난 10년간 건설사들의 진화 과정,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2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엠코 합병 이전 현대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사업 비중은 90%대에 달했다. 건축과 토목 중심의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공종이 다변화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공과 전력 중심의 플랜트가 현대엔지니어링의 본업에 가깝다.최근 들어 해외를 중심으로 플랜트 사업 수주가 지지부진하자 국내 건축 사업이 이를 보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택사업을 비롯한 건축 사업 비중을 적극 늘리면서 플랜트 사업의 모자람을 채웠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플랜트 빈자리, 주택사업으로 채워
건축과 토목 사업 중심의 현대엠코를 합병한 이후인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 중 플랜트 비중은 58%를 기록했다. 이후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작년말 47%까지 떨어졌다. 해외 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소극적인 수주가 가장 큰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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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플랜트 사업의 매출은 건축 부문이 메웠다. 건축사업 매출 비중은 2014년 33%에서 작년말 47%로 상승했다.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짭짤한 수익을 거둔 셈이다. 작년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하고 있는 주택사업의 분양률은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신평사 관계자는 "작년말 기준 진행중인 주택사업의 세대수는 1만7000여세대로 평균 99%에 달하는 우수한 분양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역별 구성 및 발주형태를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서울과 수도권 비중이 45%, 재개발 재건축 비중이 31%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 사업의 빈 공간을 건축 사업이 다 채우지는 못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플랜트 사업이 쪼그라들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체 매출액이 정체 내지는 줄었다. 게다가 해외사업 수주여건이 여전히 좋지 못한 상황에서 주택사업에 대한 경고등마저 켜지고 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다. .
현대엔지니어링의 작년 신규 수주는 3조6000억원으로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이다. 작년말 기준 공사 잔량 역시 10조7000억원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수주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상 매출 감소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신평사 관계자는 "해외플랜트가 안 좋아 이를 주택사업이 메워왔는데 최근 주택사업 수주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며 "전체적으로 볼륨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든든한 계열사 일감, 정부 눈치 살피기.
그나마 위안거리는 계열사들의 지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계열사 공사 매출은 8000억원 규모로 수년째 유지되고 있다. 매출비중으로 따지면 15% 정도 된다. 계열공사의 채산성도 나쁘지 않아 현대엔지니어링에게는 든든한 후원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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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말 기준, 현대자동차는 2129억원 규모의 발주를 현대엔지니어링에게 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에게 625억원의 규모의 물량을 지원했다. 상반기말 기준 전체 특수관계자들의 매출액 합계는 5336억원으로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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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규정상 현대엔지니어링은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다. 총수일가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지분율이 11.72%로 높기는 하지만 정몽구 회장의 지분율이 4.68%로, 둘을 합쳐 16.4%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현대건설 혹은 다른 주요 주주인 현대글로비스, 기아자동차 등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도 50%를 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감몰아주기에 민감한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더불어 현대자동차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어 사전에 자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때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할 수도 있는 등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계열사 물량에 안주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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