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지배구조개편 '외풍' 속 진로는? [금융위기 10년, 기로에 선 건설사]③IPO·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 제기, 사측 "내부 별다른 움직임 없어"
이승우 기자공개 2018-09-20 16:55:22
[편집자주]
201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지난 2008년 건설업계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미분양 가구 수가 10만을 넘어서며 건설사별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고, 결국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졌다. 최근 들어 다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가구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건설사들은 10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더벨은 지난 10년간 건설사들의 진화 과정,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4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안이 무산됐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진행형이다.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도 그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든든한 계열사 지원을 받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황도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계열사를 통해 연간 8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꾸준히 일으키고 있다. 매출비중으로 따지면 15% 정도다. 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하면 계열사 물량의 변동 내지는 현대엔지니어링 스스로의 지배구조도 변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둘러싼 시나리오로 자주 거론되는 게 증시 상장(IPO) 혹은 이를 전후로 한 현대건설과의 합병이다. 현대건설과의 합병은 오랫동안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시나리오로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발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두 회사간 합병은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취득으로 현대건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주 입장에서는 현대건설과 합병하면 상장하지 않고 유동성 있는 상장 주식을 더 빨리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시 시너지가 크지 않아 그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오너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관련 이야기는 내부적으로 거론되고 있지 않으며 굳이 합병할 유인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되는 건 과거 현대엔지니어링 역사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974년 설립된 현대엔지니어링은 80년대 한라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현대건설 해외건설사업부 설계팀을 차례로 흡수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이후 1999년 현대건설에 흡수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 했지만 2001년 다시 별도법인으로 분리됐다. 2014년에는 현대엠코까지 품으면서 매출액 5조원대 회사로 급성장했다.
과거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 사례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의 일감을 전담할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된 엠코는 정의선 부회장 지분율이 25%에 달했다. 때문에 엠코 상장이나 타 계열사와의 합병 방안이 급부상했으나 결국 현대엔지니어링과 합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상장기업인데 현대건설과의 합병 시나리오가 나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의 합병과 별개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통해 주주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의 현금 동원 능력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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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합병 전 현대엠코 지분 25.06%를 보유하고 있었던 정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합병법인 지분 11.72%를 보유하게 됐다. 합병 당시 평가액이 3500억원으로 최근 이 가치는 5000억원 가량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상장을 하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못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액이 감소하는 등 성장 정체를 겪으면서 밸류에이션상 악조건이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5조7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2조5674억원으로 연간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IPO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부담스럽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택 사업 비중을 많이 늘리기는 했지만 다른 건설사에 비해 주택비중이 적고 대체로 건설업 성장 자체가 정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건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IPO는 수순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승계와 지배구조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 지분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을 그냥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IB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IPO와 관련된 소문이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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