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5년만에 자회사 '지허브' 재합병 왜? SK루브 매출 의존도 100%…사업부 편입 후 신사업 진출 모색
박기수 기자공개 2018-10-23 07:49:52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2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가스가 100% 자회사 지허브를 합병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번 합병은 물적 분할 후 5년만에 이뤄지는 재합병이다.SK가스는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100% 자회사인 지허브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24일이며 목적은 경영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다. SK가스 관계자는 "사업부로 편입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간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전인 2013년 4월 지허브는 저장·물류사업부 산하의 윤활유 탱크터미널 사업을 물적 분할해 지허브를 설립했다. 당시도 물적 분할의 이유는 '경영 효율화'였다. SK가스는 "윤활유 탱크터미널 사업을 물적 분할해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영지원의 효율적 배분으로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결정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허브는 SK가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석유제품 수탁저장·입하·출하 용역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49만 킬로리터(kl) 규모의 액체화물 저장시설(탱크 59기)을 갖추고 있는 지허브는 매출의 100%가 SK루브리컨츠와의 내부거래에서 나온다. 2012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SK루브리컨츠와 장기계약을 맺고 매년 450억원 이상의 고정 매출을 보장받고 있다. 시설사용 계약상 일정 수준의 저장 단가가 보장돼있고 원가 변동성도 크지 않은 사업이라 수익성이 안정적이고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영업이익률의 경우 4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464억원, 영업이익 207억원으로 한 해 영업이익률 44.6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32억원, 영업이익 98억원으로 42.3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모회사 SK가스의 별도 매출(올해 상반기 누적 2조2369억원)보다 약 100배 적은 매출 규모지만 영업이익으로 비교하면 SK가스(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490억원)와 지허브의 수익성이 두 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SK가스의 전체 연결 수익성에 지허브의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다. 지허브와 재합병 시 SK가스의 별도 실적이 상승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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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는 재합병을 통해 지허브의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허브는 수익성이 뛰어나긴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SK루브리컨츠 외에는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추가로 부지를 매입해 새로운 임차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도 지허브의 단독 법인 지위로는 애로사항이 많았다는 게 SK가스 측 설명이다. 실제 지허브는 SK가스가 채무 보증을 하는 등 지급 능력에 있어 SK가스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자체 수익성도 조금씩 하락세를 타고 있다. 물적 분할 첫해부터 2016년까지 46%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지허브는 지난해 44.61%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42%대로 하락했다.
SK가스 관계자는 "재합병 이후 지허브는 별도 사업부로 편입해 신사업을 모색할 것"이라며 "지허브 단독 법인 입장에서 사업을 넓혀가려고 해도 (차입 등)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무리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현 정부 기조에 발맞춘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SK가스의 최대주주는 SK디스커버리라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SK가스는 재합병을 통해 '내부거래 100% 자회사'를 없앨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SK가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허브 재합병은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규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장치산업 특성상 초기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했던 지허브는 올해 상반기 말 차입금의존도 57.67%로 여전히 높은 차입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물적 분할 이후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재무구조를 지속해서 개선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부채비율은 169.81%에서 148.73%로 하락했고, 순차입금비율은 158.52%에서 137.2%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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