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11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자산관리(WM)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 분야 외부 전문가 영입에 속도를 내는 등 WM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공고를 내고 방카펀드팀장과 퇴직연금컨설팅팀장을 개방형 직위로 모집하고 있다. 개방형 직위란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직위에 공개모집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다.

방카펀드팀장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나 방카슈랑스·펀드 등 WM 관련 분야에서 책임자급으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 자리를 책임질 사람이 산업은행에 들어와 맡게 될 주요 업무는 방카펀드 상품기획과 영업 추진 및 지원, 직원 교육이다. 이는 내부 직원들에게 시중은행이나 증권사의 사원들처럼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기법 등을 전수하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퇴직연금컨설팅팀장의 경우 관련 분야에서 책임자급으로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나 실무자급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를 자격요건으로 내걸었다. 업무 역시 퇴직연금 제도 및 상품 운용 컨설팅과 마케팅, 가입자 교육이 주를 이룬다. 종합하면 두 자리 모두 실무 최전선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높일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뽑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WM 강화에 나선 이유는 비이자수익 확대와 고객 확보를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WM의 다양한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과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신을 확대하겠다는 밑그림이 깔려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수신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이 예·적금을 확대해 수신 기반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 5월 약 15개월 만에 신상품인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을 출시하고 광고에도 열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은행의 수신확대 전략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분기당 43조원대를 유지하던 총수신 규모는 올해 3분기 들어 37조6947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분기보다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조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이 때문에 수신 전략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고객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산업은행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번 전문가 영입도 산업은행이 WM으로 영역을 넓히고 외부 인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같은 자리에서 수신 확대 강조와 함께 WM 강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고객에게 대출만 해주는 게 아니라 시장 상품을 매칭시켜 만들어 주는 데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부터 시작해 올해부터 활발하게 고객들에게 자본시장 상품 매칭을 활성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수익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탓이다. 산업은행은 과거 조선·해운업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손실을 감수했지만, 정부는 이를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았다. 지난 8월에야 금융당국이 이를 보전해주고자 앞으로 있을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자본금 확충 목적으로 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회에서 반대에 부딪히며 1000억원 삭감된 채로 예산안이 통과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수신 확대나 WM 강화 등의 전략이 산업은행의 역할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수신을 확대하겠다는 것 자체가 시중 금융사들과 경쟁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라며 "이는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