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 은퇴 선언…"2020년 경영서 손 뗀다" 셀트리온 소유-경영 분리, 전문경영인에 사업 일임
강인효 기자공개 2019-01-07 08:20:14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6일 13: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2년 뒤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업을 맡기기로 했다. 서 회장은 경영 전반에 손을 떼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서정진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에 은퇴하기로 했다"며 "남은 2년 동안 내가 세운 셀트리온이라는 회사를 더 크고 더 좋은 회사로 만들어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그러면서 "은퇴 이후 모든 경영은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이 맡아서 하게 된다"며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한 채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미래의 씨앗을 심는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의 은퇴 선언은 전격적이었지만, 그간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셀트리온을 창업한 서 회장은 2002년 회사 설립 이후 쭉 맡았던 대표이사 자리에서 2015년 물러났다. 당시 기우성, 김형기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셀트리온은 오너 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서 회장은 지난해 3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우성, 김형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기 부회장이 셀트리온을, 김 부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맡게 했다. 5개월 후에는 국내 사업을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하고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가 잇따라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해외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후속으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지난 2년 사이 잇따라 유럽(EU)과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도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9부 능선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2020년에는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목표가 달성된 만큼) 은퇴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 회장은 작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러한 목표가 계획대로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은퇴하기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램시마SC의 유럽 허가를 계기로 셀트리온 의약품의 직접 유통 및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글로벌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게 되면 '개발-생산-유통 및 판매'의 기능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바이오제약사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은퇴 이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신사업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작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6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바이오 기업의 선도주자가 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의료기기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해외 순방을 하면서 각국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융합한 미래형 원격 의료 시스템인 'U-헬스케어(U-Healthcare)' 솔루션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사업 분야에서 셀트리온이 담당할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서 회장이 이날 전격 은퇴 선언을 하면서도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렸다. 서 회장은 이에 대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회사에 주인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해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경영을 맡기게 되지만, 회사는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부인인 박경옥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과 사이에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장남인 서진석 부사장은 지난 2017년 셀트리온그룹 내 화장품 전문 계열사인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에 올랐다. 차남은 셀트리온에서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는 서정진 회장을 정점으로 일부분 수직 계열화를 이룬 상태다. 우선 그룹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서정진 회장이 지분 96.99%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의 최대주주(지분율 20.04%)이며,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지분율 55.05%)을 지배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의약품의 해외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서 회장이 직접 지배하고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에선 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이 있는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향후 증여나 상속 등을 통해 두 아들에게 넘겨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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