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09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해 인사차 우리은행 본사 WM그룹을 찾았다. 소속 임직원들은 고무된 모습이었다.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이 상무에서 부행장보로 최근 승진했기 때문이다. 그가 승진하면서 우리은행 최초로 부행장급 임원이 WM그룹의 방향키를 쥐게 됐다. 정 그룹장의 승진으로 WM그룹의 행내 위상은 과거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WM그룹의 입지가 탄탄해진 배경에는 실적이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보면 펀드 수수료수익이 67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80억원(13.6%) 늘어났다. 방카슈랑스 수수료수익은 66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국내외 증시가 급락했고, 보험상품 세제 혜택 축소로 방카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탁월한 성과다. 운용사와 보험사도 판매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우리은행을 전과 다르게 보는 눈치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성장통을 겪었다. 주가연계신탁(ELT)을 판 PB들이 작년 하반기 고초를 겪은 게 대표적이다. 과거 ELT를 좀처럼 팔지 않던 우리은행은 2016년(2조202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8조5691억원)과 2018년 상반기(6조8640억원) 판매를 급격히 늘렸다. 증시가 꾸준히 오르면서 조기상환이 제때 이뤄진 덕이다. 하지만 지난해 증시가 급락하자 사단이 났다. 생전 처음 조기상환 지연을 경험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를 견디지 못한 몇몇 PB는 보직 변경까지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경험 부족으로 판매량 조절과 완전한 상품 설명이 이뤄지지 못한 사례다.
판매 가능한 상품 라인업과 고객층이 한정돼 있는 것도 PB들에게 압박이 됐다.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펀드는 거의 채권형이다. 방카슈랑스 상품은 대부분 단기 저축성보험으로 이뤄져 있다. 주요 고객인 법인에 채권형펀드와 저축성보험을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식의 영업을 이어가면서 매년 높아지는 실적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게 벅찼던 것이다.
일선 영업점 PB들이 진통을 겪은 것은 급하게 양적 성장 정책이 추진됐기 때문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PB 역량 강화, 전략상품 개발 등의 질적 성장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실적을 늘리려 하다보니 탈이 났다는 것이다. 인력과 상품 보강 없이는 추가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질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고 있다. 더 큰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된 정 그룹장이 중장기적 목표를 제시하면서다. 우선 자산관리 특화 점포를 늘리는 등 고액자산가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동산펀드를 비롯한 대체투자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관련 인력도 보강하고 있다. 그간 단기 실적을 늘리는 데 급급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도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인상 등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자산관리 비즈니스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상품을 많이 파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 수익률 관리도 신경써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성장통을 겪고 있는 정 그룹장과 우리은행 WM그룹이 균형잡힌 전략을 바탕으로 한단계 더 도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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