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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브랜드 '르까프', 어쩌다 회생절차 들어갔나 [화승 법정관리 파장]PE 투자후 차입 감축 불구 업황 악화에 실적 '발목'

최익환 기자공개 2019-02-07 08:15:14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2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E(사모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던 스포츠 브랜드 화승이 회생절차에 진입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PE의 인수 이후 고금리 단기차입금 상환을 통해 금융비용을 줄이는 등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업황부진까지 겹치며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화승은 결손금 누적으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 1일 서울회생법원은 화승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화승은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무자 기업의 자산을 보전하고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법원의 명령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화승에 투자했던 사모투자펀드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본확충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꾀했던 화승이 어쩌다 기업회생에 들어가게 됐을까.

◇ GP·LP 3곳·화승그룹 등 총 2463억원 투자

PEF

지난 2015년 산업은행과 KTB PE는 ㈜경일로부터 화승의 지분 50.23%를 약 600억원에 인수했다. 양사가 공동 GP(무한책임사원)로 나선 ‘KDB-KTB-HS PEF'는 이와 동시에 화승그룹 계열사들이 가진 화승의 잔여지분 까지 모두 가졌다. 이 과정에서 화승그룹은 PEF에 지분매각대금을 재투자하며 화승 경영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

총 2463억원 규모로 조성된 해당 PEF는 선순위와 후순위 출자자가 자격을 달리 가져갔다. 선순위 출자자인 농협·현대해상 등 기관 세 곳은 총 650억원을 출자했고, 화승네트웍스·화승소재 등 계열사도 350억원을 투자해 선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후순위 출자자에는 총 1213억원을 낸 △화승알앤에이 △화승네트웍스 △화승인더스트리 등이었다. 공동 GP인 산업은행과 KTP PE도 25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화승의 인수를 추진했던 산업은행과 KTB PE는 화승이 쌓아온 제조 및 판매 경험을 높이 샀다. 국내 토종브랜드인 르까프의 성공신화는 물론 케이스위스(K-SWISS)와 머렐(MERREL) 등 해외 브랜드의 유통까지 성공시켜온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인수 직전인 2014년 화승의 매출액은 5619억2369만원, 영업이익은 155억341만원으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어진 불황에도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수년 동안 매출규모는 5000억원 이상을 꾸준하게 유지해오던 참이었다. 금융계 관계자는 "화승이 PEF에 인수될 당시에 매출규모가 5000억원을 넘는 등 영업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며 "자체 브랜드인 르까프의 부진에도 케이스위스와 머렐 등 해외브랜드 사업이 꽤나 잘 됐었다"고 말했다.

◇ 신규자금 1900억 단기차입 상환 나섰지만…침체일로

당초 산업은행과 KTB PE는 금융비용만 감축하면 화승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경일에 지급한 구주 인수대금 600억원을 제외한 1900억원 가량을 차입금 상환에 쏟아부었다. 곧장 우선주 증자로 화승에 약 1100억원을 투입했고 나머지 800억원은 화승의 전환사채(CB) 인수에 사용했다.

화승에 투입된 신규자금 1900억원 대부분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2014년 말 기준 화승의 총 차입금은 2000억원에 육박하던 상황이었다. 금융비용 감축을 위해선 1474억원에 달하는 단기차입금 비중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화승은 2015년에만 단기차입금 상환에 2824억원을 썼다. 우선주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들어온 돈 대부분을 빚 갚는데 사용했다.

그러나 단기차입금 상환의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15년 143억원이던 화승의 금융비용은 2016년 95억원으로 감소하는 데에 그쳤다. 이후로도 더 줄어들지는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회사로 유입된 자금 거의 전부를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했으나 정작 영업 사정은 나아지지 않으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인수 당시 단기차입이 많았던 화승은 이로인한 금융비용만 줄이면 기업가치를 충분히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게 당연했다"며 "150억원에 가까웠던 금융비용을 줄였지만 이후 영업활동 악화로 다시 단기차입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실적 악화가 재무개선 발목…자본잠식 지속

단기차입금 감축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 데에는 화승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탓이 크다. 지난 2014년 5619억원이던 화승의 매출은 2015년 2363억원으로 ‘반토막'난 이래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301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잠시 반등하는 듯 했지만 19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에 빠졌다. 지난 2017년 화승의 매출은 2635억원, 영업손실은 150억원 수준이다.

화승의 실적이 악화된 데에는 ‘직구 열풍'과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둔화가 한 몫 했다. 화승이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머렐은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소비자가 상당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르까프와 케이스위스도 아웃도어 성장 둔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브랜드는 20대와 30대로 타겟을 변경했지만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후 화승은 공격적 스타마케팅을 전개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이는 오히려 판매관리비의 급증만 불러와 영업손실 기록의 원인이 됐다. 화승은 지난 2015년 르까프 모델에 배우 이서진을 기용한 것을 시작으로, △김우빈(머렐) △다니엘 헤니(머렐) △그룹 워너원(케이스위스) 등 스타급 모델을 통한 인지도 상승을 노려왔다.

이에 2016년 매출이 약간 늘긴 했지만 치솟은 판관비(1650억원)는 영업손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여기에 머렐과 케이스위스에 대한 라이센스비용 역시 매년 7% 이상씩 인상되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정부의 사드(THAAD) 보복으로 인한 중국 내 매출감소도 있었다.

2015년부터 이어진 순손실은 결손금 누적으로 이어졌다. 증자 효과로 2배 이상 늘어났던 자본총계는 결손금으로 인해 703억원으로 줄었다. 인수 직후 첫해부터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7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적자가 지속됐고, 결국 자본총계(납입자본금 829억원)는 14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에도 사정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KTB PE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상황이 급격하게 안좋아진 데다가 라이센스 비용이 인상되는 등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며 "이를 타개하려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을 기용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1953년 설립된 화승은 토종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로 이름을 알린 중견기업이다. 한때 신발 수출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세가 번창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어음을 막지 못해 도산한 바 있다.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2000년대에서야 사업이 정상궤도로 복귀했다.

그룹의 모태기업이었던 화승은 지난 2013년 ㈜경일에 매각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던 지난 2015년 화승은 산은·KTB PE·화승그룹이 주도한 PEF에 재매각되었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일 서울회생법원 기업회생절차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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