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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태 적신호, 작년 9월부터 '표면화' 5개월짜리 기업어음 융통 막혀…협력업체 2차피해 우려

진현우 기자공개 2019-02-08 08:11:46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7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6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스포츠 브랜드 제조업체 화승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화승發'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화승의 재무상태는 작년 9월부터 본격적인 적신호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승에 물품을 납품한 협력업체들은 작년 9월부터 어음할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은 물론 2·3금융권에서도 어음할인을 해주지 않았다. 이는 화승의 신용도가 은행의 요구 수준에 못 미쳤거나, 적절한 담보를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협력업체들은 매달 물건을 납품하면 다음 달 10일 화승으로부터 만기 5개월짜리 기업어음을 받았다. 협력업체들이 만기일보다 이른 시점에 어음을 현금화하려면, 일정 부분의 이자(수수료)를 금융기관에 지불하고 할인된 금액을 받으면 됐다. 다만 협력업체들은 작년 9월부터 어음할인을 받지 못해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A협력업체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과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생산을 통해 화승에 신발과 트레이닝복 등을 납품해 왔다. 주문받은 제품만 생산하면 되는 시스템이 OEM이고, ODM은 제작업체가 직접 제품 디자인까지 개발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생산 형태다.

A협력업체 관계자는 "화승이 오래 전부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사실은 세간의 소문을 통해 익히 들어온 바"라며 "다만 어음할인이 막힌 작년 9월부터 유동성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체감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화승을 공동 경영해 온 만큼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게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어음할인이 막힌 작년 9월은 공교롭게도 김건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화승의 신임 대표로 선정된 달이었다. 채권자들은 화승이 이때부터 회사의 재무구조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재무통인 김건우 대표를 선임해 회생절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협력업체 외에도 최대 채권자로 알려진 의류업체 MSA도 화승에 묶인 상거래채권만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상거래채권은 회생담보권이 아닌 회생채권으로 분류돼 향후 회생계획안을 인가받는다 하더라도 100% 변제받을 수 없다.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채무 관계가 줄줄이 엮여 있는 협력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도 연달아 발생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1953년 문을 연 화승은 토종 스포츠 브랜드인 르카프로 유명한 중견기업이다. 한때 신발 수출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외환위기(IMF) 당시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도산했다. 화승은 지난 2015년 산업은행과 KTB PE를 새 주인으로 맞았지만, 매년 누적되는 적자에 지난 달 31일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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