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08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상 최대 벤처투자 성과와 열기, 제2벤처붐을 향한 혁신 원동력' 지난달 24일 중소벤처부가 올해 모태펀드 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내건 현수막이다. 중소벤처부가 집계한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와 벤처펀드 조성 규모는 각각 3조4000억원과 4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벤처투자의 경우 추경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무려 43.9% 증가했다.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고 성장을 가속화한 창업 3~7년 이내 기업 투자도 무려 1조2000억원에 달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AI, loT 등 4차 산업분야 신규 투자도 1조3000억원으로 비중이 40%에 달했다. 벤처투자 기업의 고용인원은 4만1199명으로 증가율이 20%에 달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투자의 산물이다.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모태(母胎)펀드는 올해도 벤처투자에 1조원을 투입한다. 민간 매칭 자금을 감안할 경우 최대 2조3000억원의 공급 효과가 있다.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제안펀도 대폭 확대키로 했다. 그야말로 창업 생태계에 들이는 정성이 조건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닮았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같은 애정이 결실을 맺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상장주식의 공정가치 평가를 의무화한 회계규정 'K-IFRS 1109호(IFRS9)'가 적용된 데 따른 것이다. 모태펀드의 아들 격인 벤처캐피탈(VC)은 투자자산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따져 장부상 공정가치를 반영해왔다. 위험투자를 감수하는 VC의 속성상 수익가치를 중심으로 정량적인 수치가 반영됐다.
공정가치 평가 잣대가 엄격한 IFRS9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현재 자산가치를 중시하는 IFRS 체계에서 VC가 아직 발생되지 않은 미래 수익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사실상 없어졌다. 비상장 기업의 분식회계를 막자는 취지지만 모험이 속성인 VC에겐 치명적이다. VC는 미래 수익가치와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걸 업으로 삼는다. 매출과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도 할증해 투자를 단행한다. 본질적으로 IFRS를 VC에 적용하는 자체가 넌센스다.
VC는 초기기업 투자를 하면 할수록 손실을 본다. 게다가 신생기업의 경우 결산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무제표 등 자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IFRS가 요구하는 공정가치를 사실상 평가할 길이 없다. 외부감사인이 제시할 답은 '의견거절' 뿐이다.
재무구조가 훼손된 VC는 유동성공급자(LP)의 출자사업에서 불리한 위치게 놓인다. 결국 투자위험을 꺼리고 모험의 DNA를 잃게될 것이다. 궤도를 이탈한 창업 생태계는 고사할 수 밖에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초기기업 등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에 혁신적으로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 모험자본과 궁합이 맞는 회계 잣대 마련이 절실하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벤처기업 육성은 그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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