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거래채권자, 회생절차 주도권 쥘듯 [화승 법정관리 파장]납품업체·대리점주 다수…긴급회동 가져
진현우 기자공개 2019-02-11 07:56:54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8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포츠 브랜드 제조업체인 화승의 회생절차(법정관리)는 상거래채권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승이 자체적으로 집계해 조사한 회생채무액 가운데 회생담보권과 공익채권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상거래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승이 법원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 회생채무액은 약 2300억원대다. 채무액 중 상당 부분이 물품을 공급하고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와 매장을 개설할 때 회사에 보증금을 맡겨놓은 대리점주들로 파악된다. 특히 협력사들이 받지 못한 미수금은 약 1300억원으로 이는 총 회생채무액의 56%에 달하는 수치다.
화승은 토종 브랜드로 우리에게 익숙한 르까프(LECAF), 케이스위스(K-SWISS), 머렐(MERRELL) 등을 생산·유통하는 업체다. 백화점에 있는 직영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리점에 위탁판매를 맡기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화승이 관리하는 대리점은 약 600여 곳이다.
르까프를 포함한 3개 브랜드는 자격요건, 협의 가능한 마진율 등 비슷한 대리점 개설 조건을 제시하며 점주들을 모집해 왔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현금예치금 3000만원과 부동산담보 1억원이다. 이는 화승이 대리점에 의류제품을 공급하면서 담보로 잡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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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회사로부터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증금인 셈이다. 문제는 법원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화승의 채무액을 법원의 허가없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동결해 놓았다는 점이다. 수백 명에 달하는 대리점주들은 갑작스런 회생 절차에 반환 요청도 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물건을 납품하고도 어음 형태로 대금결제를 이행한 협력업체들도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처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작년 9월부터 금융기관들이 어음할인을 해주지 않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채권을 회수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협력업체, 대리점주 등 채권자들은 지난 7일 오후 채무자 회사인 화승에 모여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화승의 회생절차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이 논의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거래채권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향후 화승의 회생절차에 이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회생채무액은 곧 회생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의결권과 직결된다. 회생계획안 심리와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들의 반대로 가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회생절차는 폐지된다. 즉, 상거래채권자들의 동의 없는 회생계획안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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