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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운용의 '집요함', 골프존 백기투항시켰다 지난 1년간 지속된 주주서한, 수차례 면담…법적 대응도 불사

이효범 기자공개 2019-02-19 08:21:0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8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골프존을 대상으로 한 KB자산운용의 주주관여 활동은 집요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년간 골프존이 골프존뉴딘홀딩스(지주사)에게 지급하는 브랜드로열티율의 근거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처음부터 골프존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두번의 서한을 보냈지만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했다.

KB자산운용은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신청 등의 법률싸움도 불사하는 강경한 대응과 함께 경영진 소통도 지속했다. 소송의 실패가 운용사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모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집요한 대응이 1년만에 골프존으로부터 브랜드로열티율 인하를 이끌어내는데 주효했다.

2018년 2월 당시 KB자산운용이 골프존을 대상으로 처음 서한을 보냈던 이유는 이렇다. 골프존과 지주사 사이에 자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골프존이 기타비용으로 지주사에 3년간 연평균 140억원을 지급했다는 점을 포착했다.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 연 30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4~5배나 많은 금액이다.

기타비용의 세부항목으로는 브랜드로열티, 경영자문수수료, 임대료 등이다. 특히 브랜드로열티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140억원 가운데 절반에 달했다. 같은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지주사의 브랜드로열티율을 파악해 공개했고, 이 자료와 비교했을때 골프존의 브랜드로열티율 3.3%는 대기업 평균 대비 11배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골프존 측은 직접 활용되는 상표이며 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력이 있는 브랜드라는 점 때문에 로열티율이 높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 객관적인고 합리적인 브랜드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삼정회계법인에 이를 의뢰한 결과 높은 브랜드로열티율이 적용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KB자산운용은 골프존의 입장을 정성적인 평가라고 규정하고 브랜드로열티율이 산정된 공식에 대해 재차 질의하는 두번째 서한을 보내며 맞대응했다.

한동안 양측은 서한을 통해 공개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KB자산운용은 이대로는 골프존으로부터 답변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소송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실시한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었다. 우선 소송에 따른 비용도 전적으로 운용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또 자산운용사가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도 우려할만한 부분이었다.

KB자산운용은 그러나 내부적인 검토 끝에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다. 골프존의 본사가 있는 대전지방법원에 회계장부열람 가처분소송을 지난해 9월 제기했다. 운용사는 내부 법률검토 뿐 아니라 외부 법률자문사를 고용해 면밀한 준비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브랜드로열티율 산정 근거를 두고 양사의 공방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골프존 역시 로펌을 고용해 소송전에 대비했다.

법원은 이후 3개월 동안 심리를 거쳐 지난해 12월 판결을 내렸다. 예상과 달리 KB자산운용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브랜드로열티 산정보고서가 회계장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신 법원은 검사인 청구를 통해 해결하는게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검사인 청구는 회사에서 위법행위가 있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가 있을때 회사를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원에게 청구하는 소송이다.

KB자산운용 입장에서 검사인 청구를 진행하는 것은 고민거리였다. 그동안 소송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인 가운데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KB자산운용은 그러나 골프존을 집요하게 몰아쳤다. 골프존의 브랜드로열티율 산정 근거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인 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고 골프존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전달했다.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자 꼬였던 매듭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골프존 역시 추가적인 소송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한 법적대응을 지속하기보다 브랜드로열티율 산정 근거를 KB자산운용에 제시하는게 더 낫다고 판단하고, 기관투자가에게 다소 방어적이었던 스탠스도 완화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골프존은 최근 공개적인 답변서를 통해 브랜드로열티율을 비롯해 골프존과 지주사 간의 자금 거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밸류운용본부의 요청사항이 결국 회사와 주주 그리고 시장의 평가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점을 회사에서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에만 해도 기관투자가가 회사에 적극적인 요구를 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도 다소 방어적이었지만, 지난 1년 동안 많은 미팅을 가지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윈-윈(Win-Win) 하기를 원하는 주주라고 인식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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