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동양의 창업동지 3인 '엇갈린 행보' [큰손 의사들]①신용호·홍성범·김병건 원장 경쟁관계에서 동업, 휴젤 창업까지…중국·싱가포르로 흩어져
조영갑 기자공개 2019-03-20 07:52:58
[편집자주]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 자본 시장을 흔들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밀물을 타고 의사들은 자본 시장의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본업을 이어 회사를 차리거나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기도 하고 이종 산업에 대한 투자로 발을 뻗기도 한다. 더벨은 제약 바이오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한 큰손의사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호, 홍성범, 김병건. 이들의 공통 분모는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BK성형외과(전 BK동양성형외과)와 보톡스 제조업체 휴젤이다. 이들은 신사 성형외과 벨트의 중흥을 이끈 성형외과 1세대이자 세계 6번째로 보톡스 생산에 성공한 휴젤의 창업멤버다. 성형외과 업계의 거물에서 자본 시장의 큰손으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세 원장이 처음부터 동맹관계였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업계 내 경쟁관계였다. 서울의대 출신인 김병건 원장이 95년 BK성형외과를 개원하고 터를 잡은 후 한림의대 선후배 관계인 신용호, 홍성범 원장이 인근에 동양성형외과를 개원했다. 성형외과 업계에서 1,2위를 두고 경쟁하던 두 병원은 '글로벌 진출'을 외치면서 2007년 전격적으로 합병을 결정한다. BK동양성형외과의 시작이다.
BK동양성형외과는 성형계에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도입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전문의 19명과 100여 명의 직원 등 120여 명에 달하는 조직을 구성하고, 눈 성형, 코 성형, 안면윤곽, 체형교정 등 신체부위를 중심으로 성형 팀을 나눠 세분화했다. BK동양이 성형계를 선두에서 이끌면서 신사역 일대는 대형 성형외과의 클러스터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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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BK동양에 몸담았던 한 의사는 "업계 톱을 다투던 병원이 합병하기로 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꽤 컸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화학적 결합이라기보다 단순 물리적 결합에 가까워 독립채산제처럼 운영되면서 매출, 서비스 등이 각각 별도로 관리되는 시스템"이었다고 밝혔다. 전성기에는 인당 1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성형외과 공동 경영이 휴젤 창업으로 이어져
3인의 원장은 보톡스 업체 휴젤 창업으로 뜻을 모았다. 휴젤에 대한 구상은 병원 합병 이전에 이미 구체화돼 있었다. 평소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은 신용호 원장의 머리에서 주로 나왔다. 신 원장은 원래 90년대 중반 유전체 관련 사업을 구상했다가 보톡스 등 생화학 재제의 유망성을 간파하고 2001년 휴젤을 창업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용호, 홍성범 원장과 분자생물학 박사인 문경엽 전 대표가 주도하고, 김병건 원장은 지분투자만 하는 형식이었다.
휴젤은 2010년 보톡스를 세계에서 6번째로 출시하면서 성형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다. 여세를 몰아 2015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다. 당시 공모가는 15만원 선이었지만 1년 반 만에 50만원 이상으로 치솟아 1조 시총 기업에 등극했다. 가장 먼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메디톡스와 함께 보톡스 국산화를 이끌면서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현재 휴젤의 시총은 2조 원 진입을 노리고 있다.
휴젤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세 원장의 행보를 갈라놨다. 가장 먼저 신용호 원장이 이탈했다. 신 원장은 휴젤의 IPO 직전에 보유 지분을 BNH인베스트먼트 넘기면서 엑시트했다. 약 1000억원의 현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이 돈으로 BK동양성형외과 맞은편인 신사역사거리에 이른바 '신용호 타워'를 짓고 비아이오(BIO)성형외과를 개원했다. 홍성범, 김병건 원장과의 병원 동업도 마감한다. BK동양은 BK성형외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신 원장은 "당시 창업주인 내가 가장 먼저 지분을 빼면서 시장에서 휴젤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상장에 따른 차익보다 다른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자신의 빌딩 지하에 영세한 바이오 업체들을 입주시켜 신제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입주 기업 중 일부는 자신이 설립하거나 지분 투자한 곳도 있다. 제품은 말 연골 필러, 수술용 지혈기, 흡수성 실 등 다양하다. 휴젤의 서울사무소도 신 원장의 빌딩에 입주하고 있다.
신 원장이 빠진 휴젤은 이후 홍성범 원장과 문경엽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다. 의료 플랫폼 사업을 키우고 싶었던 홍 원장과 본업에 충실하고자 한 문 대표 간의 이견이 돌출하기 시작했다.홍 원장은 신 원장이 매각한 동양에이치씨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2016년 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문 대표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듬해 문경엽 대표 해임안 상정을 위해 임시주총 소집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양 측은 보유지분 전부를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분 매각으로 홍 원장은 약 3000억원, 문 대표는 146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휴젤은 현재 베인캐피탈이 인수를 위해 설립한 해외법인인 Leguh Issuer Designated Activity Company가 최대주주다.
◇바이오 투자 나선 신용호·상하이 싱가포르로 진출한 홍성범·김병건
홍 원장은 현재 중국과 한국을 배경으로 의료플랫폼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2014년에는 세인트바움성형외과를 상해에 설립하면서 의료수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해 서울리거병원으로 간판을 바꾼다. 한 중국의료 전문가에 따르면 "상해 서울리거병원의 소유주가 홍 원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소유는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라는 중국 회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거연합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공들여 온 중국 진출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홍 원장의 시야가 국내로 리턴하는 모양새다. 2016년 홍 원장은 로켓모바일이라는 게임회사를 인수해 서울리거로 상호를 변경하고 국내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종의 MSO(병원경영지원회사)다. 제휴 병원을 상대로 경영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구조다. 뮤즈클리닉, 필라인클리닉, 서울리거피부과 등 30개의 병원을 거느리고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의사는 "상해서울리거병원을 비롯해 플랫폼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창업 동지들이 휴젤에서 발을 뺀 것과 달리 김병건 원장은 한 번도 지분을 매각한 적이 없다. 현재 김 원장은 개인 지분 3.15%와 자신이 세운 투자회사 닥터비케이 3.15%, 총 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월 12일 현재 주가기준(41만400원)으로 환산하면 1125억원 수준이다. 김 원장은 잘 알려진 대로 블록체인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싱가포르로 국적을 옮기고 한국을 오가며 진료와 사업을 병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김 원장은 싱가포르에 BKBM 홀딩스를 설립하고 관련 사업체를 싱가포르로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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