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08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스터 PB로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습니다"얼마 전 증권사 PB를 만나 들은 얘기다. 영업력이 좋기로 소문난 그는 회사 내에서 수년째 마스터 PB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정작 명함에 이런 내용을 모두 뺐다. 마스터 PB가 훈장처럼 통용되던 시절을 생각하니 의외였다. 더 놀라운 건 이런 PB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스터 PB임을 숨기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동료들 때문이다. 마스터 PB로 선정됐다는 건 회사에서 그만큼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금융사들은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데 법인카드를 추가 지급하는 것 외에 VVIP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별도의 혜택을 제공해준다. 골프장 회원권, 학비 등 자기계발을 위한 지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몰랐으면 한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이유는 고객을 상대할 때 효용성이 없다고 한다. 증권사들은 여러가지 기준을 통해 반기나 연간 단위로 마스터 PB를 선정한다. 2010년대에 고객 가치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객 수익률이 지표로 활용됐지만 여전히 상품 판매가 주된 잣대다. 쉽게 말해 회사가 원하는 영업을 얼마나 했느냐가 마스터 PB를 가르는 기준인 셈이다.
고객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건 PB들도 안다. 과거 고객들이 화려한 프로필을 가진 PB를 선호했다면, 지금은 고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일종의 '관계형 PB'를 원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최근 증권사들이 마스터 PB, 스타 PB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경우가 줄어드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고객과 금융사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핵심성과지표(KPI) 대신 과정가치라는 항목을 신설했고, 신한금융투자는 '고객 바로알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두 회사의 취지는 상통한다. PB의 역량 평가를 회사가 아닌, 고객에 충성하는 모습으로 잣대를 삼겠다는 것이다.
마스터 PB 제도는 잘하는 직원을 독려하고, 유능한 PB들이 마케팅에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변해가고 있는 금융사들의 정책, 고객들의 PB 선호도, 영업점 직원들의 반응까지 들으니 마스터 PB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는 어떤 PB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까. 최소한 허울만 좋은 PB가 살아남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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