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 LG家 '반도체 악몽' 깰 주역되나 ①2005년 인수해 국내 1위로 키워
윤필호 기자공개 2019-04-26 08:18:40
[편집자주]
메모리반도체에 치우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며 팹리스, 파운드리 업종도 부활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현주소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2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가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주력이 될 수 있을까.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간 빅딜 과정에서 LG는 반도체를 포기했다. 당시 고(故) 구본무 회장이 울분을 토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다. LG반도체는 현대전자로 넘어가 오늘날 SK하이닉스의 기틀이 됐다.
전자 사업을 하는 한 반도체와 뗄수 없는 법이다. LG는 여전히 반도체 산업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반도체 실리콘을 만드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 팹리스 반도체 시장에선 LG 계열의 실리콘웍스가 시장을 주도 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국내 팹리스 1위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숨은 강자다. 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배경으로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체력을 키우고 있는 LG가 반도체 명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 반도체와 악연…비메모리에서 다시
LG는 반도체와 악연이 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통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겼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삼성전자와 현대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고속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현대반도체는 우여곡절 끝에 SK하이닉스로 넘어왔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LG는 LG실트론(現 SK실트론)과 실리콘웍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산업에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2017년엔 LG실트론을 SK에 넘겼지만 비메모리 팹리스 시장에서 조금씩 입지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 2014년 LG 계열사로 편입된 실리콘웍스는 1999년 설립된 팹리스 회사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핵심부품을 설계와 판매사업을 영위한다. 주요 제품으로 드라이버 IC(Driver IC), 타이밍컨트롤러(T-con), PMIC 등이 있으며, 고객사로는 같은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존재가 압도적인 가운데 중국 BOE 등에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실리콘웍스와 LG가(家)의 인연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코멧네트워크는 실리콘웍스의 지분 51%(7만6800주)를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코멧그룹은 LG필립스LCD의 대리점 사업에서 시작해 2005년 코멧네트워크를 설립했고, 같은해 실리콘웍스를 사들였다. 당시 LG전자는 실리콘웍스 지분을 12% 보유 중이었지만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실리콘웍스는 2014년 LG가 코멧네트워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LG 계열사로 편입했다. LG는 실리콘웍스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 단일화에 나서며 힘을 실어줬다. 이듬해인 2015년 실리콘웍스는 LG가 지분 65%를 보유한 루셈 시스템반도체 부문 영업권을 60억원에 인수했다. 루셈은 2004년 LG와 일본 오키(OKI) 반도체가 합작해 설립한 평판디스플레이용 구동칩(DDI) 전문업체다. 그동안 LG 자회사로 있었지만 지난해 LG가 보유 주식 140만주(67.96%)를 모두 엘비세미콘에 매각하면서 지주회사에서 탈퇴했다.
아울러 같은해 LG전자의 디스플레이 칩 설계사업 자산과 인력을 216억원에 양수했다. 2016년에는 창업 때부터 17년간 회사를 이끈 한대근 대표가 물러나고, LG전자 출신 손보익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OLED TV용 T-con 사업까지 양수하면서 더욱 덩치를 키웠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리콘웍스는 LG그룹 안에서 유일한 반도체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비해서는 사이즈가 작지만, 반도체 설계 회사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실리콘웍스는 LG의 지원을 토대로 지난해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실리콘웍스의 매출액은 79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2~3위 그룹과도 꾸준히 큰 폭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년도 5배에서 지난해 6배 정도로 다시 격차를 벌렸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 가운데 절반이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실리콘웍스는 LG그룹의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업체 순위 60위권에 올랐고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업체 기준 탑(Top) 5를 차지했다. 세계 팹리스 업계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50대 기업에 포함됐다.
최근 중국 팹리스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토대로 가격을 낮추며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세계 50대 팹리스 업체들 가운데 중국 기업은 무려 10개가 포함됐다. 10위권에도 하이실리콘과 유니그룹(Uni-group)이 두 개의 기업이 들어갔다. 이와 관련, 실리콘웍스는 패널 고객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디스플레이 외에도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