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0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뒤집기 한판승이었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던 KEB하나금융은 허를 찔렸다. 롯데카드 지분 80%를 인수하기 위해 한앤컴퍼니가 써낸 금액은 무려 1조4000억원. 롯데카드 100% 지분가치를 1조8000억원으로 판단했다. 롯데그룹이 희망했던 매각가 1조5000억원(지분 100%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하나카드와의 시너지를 노렸던 하나금융이 써낸 금액은 1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매각 중간 프레그레시브 딜로 전환되면서 매각자 측은 하나금융에게 가격 인상 여부를 확인했지만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과 컨소시엄을 맺고 딜에 뛰어들었던 MBK가 적어낸 가격도 1조2000억원대 후반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누구를 선택할 지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아파트 한채 팔 때도 돈 많이 주는 사람을 택하는데 하물며 조단위 M&A딜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근로자 승계, 우선매수권 부여 등 아무리 비가격적 요소가 앞선다고 해도 돈 많이 준다는 곳에 안팔 이유가 없다.
예상보다 많은 돈을 받은 롯데그룹은 웃고 있겠지만 매각 대상인 롯데카드는 고약한 상황에 처했다. 사모펀드가 인수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신용도 하락은 곧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자본 조달이 핵심인 카드사 입장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신용카드사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수신기능이 없는 탓에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저렴하게 자금을 끌어올수록 그만큼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조달 경쟁력이 곧 영업 경쟁력인 셈이다. 그간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은 롯데그룹 덕분에 자체신용도보다 1노치 가량 높았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여전채나 영구채 발행에서 추가 비용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곧 영업력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평이다.
관심은 롯데카드를 인수한 한앤컴퍼니의 전략이다. 롯데카드는 한앤컴퍼니의 첫번째 금융업 포트폴리오다. 신용도 저하 가능성과 그에 따른 파장을 체크하지 않았을 리 없다. 게다가 수수료 인하 등 정부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카드업종의 성장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간 제조업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한앤컴퍼니가 금융업에서도 성공 시나리오를 써갈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내는 이유다.
한앤컴퍼니는 아직까지 인수 배경이나 엑시트 전략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기존 포트폴리오 중에서 케이카(옛 SK엔카)나 조이렌트카, 호텔 현대 등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이 나오지만 단순히 이것 때문에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을리는 없다.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롯데카드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 경쟁업체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고객 DB는 1조5000억원의 가치를 충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이라는 캡티브 마켓을 통해 쌓은 롯데카드의 DB는 고객 개인 정보, 결제 위치, 시점, 소비패턴 등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앤컴퍼니의 기업가치 개선 전략도 결국 이 DB를 통해 현실화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자본조달의 불리함도 현대카드처럼 해외시장 개척이나 사모채 발행 등을 통해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롯데카드의 성장성을 담보할 레버리지 규제, 저수익자산 해소 등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있다.
5년쯤 후, 그때까지 카드사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는 금융지주사가 있다면 매각 작업은 예상보다 쉬울 수도 있다. 카드사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기는 만만치 않다. 심지어 롯데그룹이 되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MBK가 인수했던 오렌지라이프처럼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도 있다.
한앤컴퍼니가 첫번째 금융업 투자기업인 롯데카드에서 성공 스토리를 쓸지, 뼈아픈 실패를 기록할지 관전자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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