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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아픈 고려아연 사외이사 [thebell desk]

김용관 기자공개 2024-11-18 09:21:06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이사들이 7000억원 규모의 소송에 휩싸였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자사주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이다. 고려아연 이사진 13명(사내이사 3인, 기타비상무이사 3인, 사외이사 7인) 중 피소된 이들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총 10명이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반대한 장형진 영풍 고문(기타비상무이사)과 이사회에 연속 불참한 김우주 현대자동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기타비상무이사), 성용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사외이사) 등은 제외됐다. 사외이사 6명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소송으로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골치를 썩게 생겼다. 회사나 최대주주, 대표이사를 타깃으로 하는 소송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지만 사외이사를 포함한 개인에 대한 7000억원 규모의 소송은 전례를 찾기 쉽지 않다. 영풍측의 주장 요지는 이사회 소속 이사들이 최 회장의 잘못된 의사 결정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상법에는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 감사 등이 명시돼 있다. 총칭해 '지배구조'라고 말한다. 핵심은 이사회다. 상법 361조, 393조 제1항을 같이 보면 '회사는 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경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경영진과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 즉 외부에서 초청된 '사외이사'가 총수나 경영진을 감시 감독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원은 활발한 숙의와 검토를 거쳐 표결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다. 하지만 오너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결정을 반대할 만한 유인은 별로 없다. 실제 고려아연 이사회를 살펴보면 경영권 분쟁 중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비토와 기권이 유일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건은 시장에서도 논란이 많은 이슈다. 고려아연의 미래가치를 내다보고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충성 주주들에게 경영권 확보 비용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상증자건으로 인해 고려아연은 우호지분이라 불리던 아군만 잃게 생겼다.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이 어떤 이유로 유상증자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궁금하다. 사외이사라는 직의 무게를 감안할 때 그들의 결정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예측하는건 불가능했을까. 고려아연 측은 사외이사들의 결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법률 검토도 다 거쳤다고 했다.

최 회장은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MBK와 영풍은 협박성 고소 및 내용 증명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이 법적으로 문제없는지, 배임 요소는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소송으로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족쇄를 찬 셈이 됐다. 영풍·MBK파트너스가 노린게 이것이라면 일단은 성공적이다.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경영진 견제라는 사외이사의 역할과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대중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소송은 우리나라 사외이사 역사에서 중요한 한획을 그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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